신태용 감독은 부임 후 세트피스 훈련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강팀을 상대하려면 세트피스라는 무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부임 후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세트피스 골이 나오지 않았다.
8월 이란전. 하프라인에서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프리킥을 김민재(전북)가 머리로 떨구고 장현수(FC도쿄)가 마무리하는 예상 못한 세트피스가 가장 위협적이었다. 이후 그런 장면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2016년 6월 체코전 윤빛가람(제주)의 프리킥 골이 마지막이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진수(전북)는 "훈련 일부를 세트피스에 쓰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시간이 있으니까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세트피스 훈련을 할 때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이재성(전북)도 "조금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우영(충칭 리판)과 염기훈(수원)이 세트피스 골 갈증을 해소했다.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한국-일본의 마지막 3차전. 1승1무의 한국, 2승의 일본이 만난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전반 3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11분 김신욱의 헤딩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이어진 이재성의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전반 13분 김신욱(전북)의 헤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23분 기다렸던 세트피스 골이 나왔다.
페널티 박스에서 꽤 떨어진 거리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정우영과 김진수가 공을 두고 대화를 주고 받았고, 정우영이 키커로 나섰다. 정우영의 킥은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일본 골키퍼 나카무라 고스케가 손을 쓸 수 없는 프리킥이었다.
세트피스 골은 한 방 더 터졌다. 전반 35분 김신욱의 추가골로 3-1로 앞선 후반 24분 염기훈의 왼발이 일본을 울렸다. 교체 투입 2분 만에 왼발 프리킥으로 일본 골문을 열었다. 염기훈의 프리킥은 고바야시 유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