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심의위원도 "이상하다"는 한은 신축공사 기술심사

A 교수 "항목별 평가점수, 업체별 순위 다르면 사유서 써야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 설계 조감도. (사진=㈜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공사의 조달청 기술제안서 심의가 외부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일부 교수들도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제안서 심의에 참여했던 A 교수는 1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조달청이 평가항목의 입찰자별 순위에 대해 심의위원 모두 같은 순서로 점수를 매기라고 고지했다"며 "불합리할 수 있는데 다르면 사유서를 쓰라고 하니 의견통일을 했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기술제안서 평가 80%와 입찰가격 평가 20%를 반영해 지난 11일 대전 지역 건설업체인 계룡건설을 낙찰 예정자로 선정했다.

결정적인 것은 80%가 반영되는 기술제안서 평가로 계룡건설은 지난달 21일 실시된 평가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을 6,7점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수주가 결정됐었다.

기술제안서 평가결과에 대해 일부 업체는 평가담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기술제안서 평가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의혹이 짙게 묻어났다.

<기술제안 분야별·위원별 평가 점수 예시>
우선 건축계획, 건축구조, 건축시공 등 8개 분야 48개 항목 중 45개 항목의 평가결과가 각 분야 심의위원별로 업체별 순서까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명이 평가한 조경분야를 제외하면 기계설비 분야 세 항목을 제외한 7개 분야 42개 항목의 심의위원들의 항목별 수 우 미 평가 순위가 똑같다.

건축계획 분야의 경우 3명이 심의위원이 '사전조사의 부합성' 항목에 대해 계룡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차례대로 '수' '미' '우'를 평가한 방식이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업체별 평가점수가 다른 심의위원과 달라도 사유서를 쓰라고 하니 모두 똑같은 점수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각자 평가를 내면 되는데 어느 항목에서 의견이 틀리면 일이 엄청 많아지게 되니까 '이 순서대로 가자'고 하면 그렇게 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번 기술제안서 심의에는 외부 심의위원이 10명, 조달청 직원이 10명 참여했다.

기술형 입찰에는 25명 안팎의 조달청 내부 직원이 장기간 심의위원으로 참석하면서 평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B 교수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조달청이 제시하는대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업체별 순서까지 동일하게 평가하라는 요구는 조달청 내부 규정과도 어긋난다.

'조달청 기술자문위원회 설치 및 운영규정' 제 30조에는 "심의위원의 평가점수가 같은 분야의 다른 심의위원 평가점수와 비교하여 과다하게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사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평가점수의 과다한 차이 방지'는 입찰 참가업체의 로비를 막기 위한 규정이지만 이 번 처럼 순서까지 모두 동일하게 평가하도록 하면서 담합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수' '우' '미' 평가의 순서가 이 번처럼 모든 항목에서 동일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이현호 시설사업국장은 "기술심사는 100% 정성적일 수 밖에 없다"며 "평가결과가 똑같다는 것은 심의위원들이 충분히 토론한 결과로 담합이 아니고 충분히 협의한 결과"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일수 시설사업기획과장은 "평가결과가 각자 다르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달청이 정량적으로 할 수 없다는 기술제안 입찰 방식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매뉴얼을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기술제안서 심의 및 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기술제안 평가와 채점은 평가항목별로 '정량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하는 식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실제로 국토부 중앙건설심의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여의도우체국 건립공사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제안서 평가결과를 보면 각 분야, 각 항목의 평가에서 심의결과가 동일한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조달청 심의>
<국토교통부 심의>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기술진흥법상 세부적인 심사 평가 방식은 각 기관이 정하도록 돼 있어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국토부는 각 심의위원들이 각 항목과 총점에서 차등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안건 심의 때마다 위원들에게 배포하는 시나리오는 있지만 국토부의 경우와 같은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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