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석방에 흩어진 검찰의 퍼즐…MB조사 돌파구는

'군 댓글공작' 핵심 신병 모두 놓쳐…다스 수사 등에서 활로 모색할 듯

(사진=자료사진)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난관에 부딪힌 모습이다.

검찰의 군 댓글 공작 의혹 수사가 법원의 잇단 석방과 구속영장 기각 판단으로 퍼즐 조각이 흩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수집된 증거를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던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법원 석방 결정 뒤, 지난 5일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어조로 바뀌었다.

"수사대상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 조사 가능성을 닫지 않았던 국정원 수사팀도 지난 12일 "뭐라고 아직 답변 드릴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신중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날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13일 새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김 전 기획관의 역할과 관여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사람을 뽑으라'는 지시를 군에 전달하는 등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 증원에 관여하고, 정치관여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이 있다.

검찰로서는 군과 청와대의 연결고리였던 김 전 기획관의 구속이 이 전 대통령으로 건너갈 징검다리였던 것.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공작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박종민 기자)
법원은 그러나 '다툼의 여지'라는 표현으로 군 댓글 공작 혐의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로 다른 공범들에게 정치관여를 적극 지시해 그 책임이 무거운 점을 (법원이) 간과한 면이 있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앞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도 이때 '다툼의 여지'라는 표현을 인용 결정에 담았다.

"김 전 장관의 위법한 지시와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김 전 장관의 변소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의 부하직원이었던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1000만원 납입 조건부로 석방됐다.

김 전 장관 석방 당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던 검찰은 뇌물 혐의까지 있던 임 전 실장마저 풀려나자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김태효-김관진-임관빈이라는 핵심인물들의 신병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수사가 충분히 무르익지 못할 것으로 보여 결국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가던 검찰 수사도 제동이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투트랙 교두보'였던 국정원 정치공작 의혹 역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지지부진하면서 민간인 댓글부대,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사법방해 등 갈래로 수사가 제각각의 속도로 진행 중이다.

검찰은 추가 수사와 영장 재청구 등을 고심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다른 수사를 통해 동력을 확보해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 총장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 등 특수수사 실무책임자들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는 다스 수사를 맡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유일하게 부장검사급으로 배석했다.

다스 의혹은 아직 수사 초기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검 반부패부 핵심 참모진들이 보고에 동석한 만큼 다스 의혹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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