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매일 밤 음란 사이트를 뒤져요" 디지털 성범죄 끝없는 고통 ② 피해자는 수백만 원 주고 왜 '디지털 장의사' 찾나 ③ 가해자이자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④ 디지털 성범죄 표적, '남성'도 예외 아냐 ⑤ '음란물' 기준 뭐 길래...'불법 촬영물'은? (계속) |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를 통해 제작된 불법 촬영물의 '저작권'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선 사례에서 대법원은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창작자에게 저작권이 있다"며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창작적인 표현방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설령 그 내용 중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했다.
윤리성 등은 저작물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상담사례에도 "음란물이라도 창작성을 갖추고 있는 한 저작권법상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음란물의 제작 및 유통을 막는 것은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음란물의 저작권을 인정해, 처음으로 이를 불법 공유한 행위를 처벌한 뒤에도 음란물의 저작권 논란은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로 만들어진 '음란물'에 대해선 다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 관계자는 "음란물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음란물이라도 저작물성은 인정한다는 판결이 있지만, 저작물성이 있다 해서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한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운을 띄웠다.
우선 음란물 '저작권' 기준으로 꼽히는 것은 '창작적 표현'이다.
이어 "포르노 같은 경우엔 애매하지만 거기에(포르노에) 단순히 성행위만을 표현한 게 아니라 스토리가 있다고 하면 저작물성이 있다"면서도 "결국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해야 한다"고 했다.
불법 촬영물이라 하더라도 '스토리' 등 '창작적 요인'이 들어가 있다면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저작권이 인정되더라도 제작과 유통에 대해선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으로 처벌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여성 단체나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은 '창작적 표현'이라는 음란물 저작권 기준 자체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모호한 기준 자체가 문제"라며 "몰카인 척할 수도 있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보는 사람들은 창작된 건지, 몰래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성적 영상물이 100% 다 규제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현재는 불법 촬영한 것을 몰래 촬영한 것처럼 기획 연출해 웹하드에 팔고 있는데 불법과 합법 사이 음란물의 저작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