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성마비' 판정에 13년 투병했는데
- 알고보니 '세가와병'…약 먹고 일어서
- 치료비만 5억인데 배상금은 고작 1억
- 사과만 했어도…병원은 연락조차 끊겨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자 아버지 (익명)
◆ 피해자 아버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걸 일단 축하드린다고 말씀을 드려야 되는 거죠?
◆ 피해자 아버지>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지금 딸은 어떻게 지냅니까?
◆ 피해자 아버지>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이 된 거예요?
◆ 피해자 아버지> 네.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초중고등학교까지 고생을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이제는 걸어다니는 상황.
◆ 피해자 아버지> 네.
◇ 김현정> 13년 전 그때로 좀 돌아가보죠. 딸이 어떤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데리고 가게 되신 거예요?
◆ 피해자 아버지> (3살 때) 동네에서 까치발을 하면서 절뚝절뚝 거려서 병원에 가게 됐습니다. (그땐) 이상이 없다고 이야기했죠. 그러다가 6살쯤 되니까 학예회 하는데 갑자기 옆으로 넘어지고 못 걷게 된 거예요.
◇ 김현정> 6살 때 그래서 병원에 데려가셨어요. 그 지역에 있는 종합병원에.
◆ 피해자 아버지> 경직성 뇌성마비라고 판정을 했는데 이게 그 당시에도 얘가 아침에는 잠시 걸었거든요. 아침에는 잠시 걷고 저녁에는 차차 못 걷고 완전히 퍼지는 거예요.
◇ 김현정> 매일 증상이 그래요? 아침에는 괜찮다가 저녁에는 나빠지는.
◆ 피해자 아버지> 네. 그런 상황은 뇌성마비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 김현정> 그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병원은 안 가보셨어요?
◆ 피해자 아버지>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멀리 중국에도 한 번 갔다 왔습니다.
◇ 김현정> 중국에도 다녀오시고 치료 받으러?
◆ 피해자 아버지>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물리치료도 하고 돈도 많이 들었죠. 지금 한 10년 동안 한 4-5억 정도는 들었어요.
◇ 김현정> 4-5억 정도는. 지금 생각해 보니 맞는 치료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병세는 계속 악화됐겠네요.
◆ 피해자 아버지> 그렇죠. 계속 옆으로 넘어지고 허리가 점점 굽기 시작하고. 점점 나빠지니까 65도까지 허리가 굽어진 거죠.
◇ 김현정> 그러다가 뇌성마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언제 알게 되셨습니까?
◆ 피해자 아버지> 2012년도에 물리치료 선생님이 애를 한번 보더니 얘는 아무래도 뇌성마비가 아닌 것 같으니까 서울에 있는 병원에 한번 가보라 해서. 서울에서는 앞에서 병원이 갖고 있는 MRI를 보더니 약을 줄 테니까 먹어보라고. 못 믿었죠, 그때는. 그리고 한 이틀 정도 먹더니 애가 목을 딱 드는 거예요.
◇ 김현정> 목을 못 폈는데 목을 들어요?
◇ 김현정> 세상에…
◆ 피해자 아버지> 저도 깜짝 놀랐죠. 그때부터 조금씩조금씩 걷기 시작한 거예요.
◇ 김현정> 기쁘기도 기쁘고 기적 같다고 생각하셨겠어요. 그러니까 알고 보니 뇌성마비인 줄 알았는데 이게 뇌성마비가 아니라 세가와병이라는 희귀병이었던 거예요. 제가 이거 어떤 건지 찾아보니까 소량의 도파민 약물을 투여하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치료가 바로 가능한 질환이다, 이렇게 나오네요.
◆ 피해자 아버지> 맞습니다.
◇ 김현정> 이 얘기를 병원에서 들으셨을 때 얼마나 기가 막히셨을까요.
◆ 피해자 아버지> 그러니까요. 제가 처음 들을 때는 가슴이 답답했죠.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정말. 눈물이 많이 나고. 그리고 애가 걷기 시작하니까 그때부터는 진짜 막막하던 게 또 못 걷는 것 아닌가 싶은 그런 걱정도 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어떻게 13년 만에 애가 걸을 수가 있지? 이거 이러다가 며칠 이따 또 주저앉는 거 아니야, 이런 걱정.
◆ 피해자 아버지> 아이도 그런 꿈을 꿔요, 또. 꿈속에서 못 걷는 꿈도 꾸고 그랬어요.
◇ 김현정> 생각해 보면 13년 동안 뭐가 제일 힘드셨어요?
◆ 피해자 아버지> 마음고생이죠. 아픈 거야 제가 몸으로 때우면 되지만 저도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이건 뇌성마비가 아닌 것 같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중국도 가고 미국까지 가가지고 수술도 해 볼까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좀 힘들었죠. 그래도 이제는 보람이 있으니까.
◇ 김현정> 아이도 참 힘들었을 것 같은 게 학교 다니면서 제일 예민할 사춘기 시절 아닙니까? 아이가 또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어요.
◆ 피해자 아버지> 지금 와서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에 초등학교 다닐 때는 휠체어 타고 다니니까 애들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그냥 신발에다가 흙 같은 걸 갖다가 뿌리고 지나가고.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낫고 난 뒤에. 도와준 친구들도 그 부모들이 자기 딸이 우리 딸 때문에 고생한다고 다른 데로 전학시켜버리고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 김현정> 알고 보니까 이제 이 치료약 하나면 금방 해결이 되는 병이었답니다. 오진 판정 내린 병원에다가는 얘기해 보셨어요?
◆ 피해자 아버지> 알고 난 뒤에 제가 사과를 해라. 사과를 하면 모든 건 없는 걸로 하겠다 하니까 그때부터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아니,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는데 왜 연락이 안 돼요?
◆ 피해자 아버지> 그러니까요. 사과를 못하겠다는 이야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병원 측 입장은 이렇습니다. 이 세가와병이라는 게 워낙 희귀질환이라서 발견하기 어려운 병이다. 재판부에서도 역시 당시의 의료기술과 학계의 연구상황에서는 이 세가와병은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점을 참작을 해서 병원이 1억 배상하는 걸로 지금 조정 결정을 내린 거죠?
◆ 피해자 아버지> 네.
◇ 김현정> 희귀질환이었다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마는 그렇더라도 13년간 치료받으면서 그것을 한 번도 뒤집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할 법한데. 안 해요?
◇ 김현정> 그전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 피해자 아버지> 예. 안 해요, 아직까지도.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재판정에서도 2500만 원, 3000만 원밖에 못 물어주겠다. 너무 억울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 병원에 쭉 계속 다니시기는 한 거 맞아요?
◆ 피해자 아버지> 네, 계속 다녔어요. 2012년 전까지.
◇ 김현정> 그러면 진단 처음에 내렸다가 그 병원 안 다녔으면 모를까 계속 다녔다면 사실은 좀 더 주의 깊게 이게 희귀질환이 아닌가를 의심해 볼 법한 상황이었던 건데.
◆ 피해자 아버지> 그렇죠.
◇ 김현정> 딸은 지금 대학에서 무슨 전공합니까?
◆ 피해자 아버지> 산업복지학과입니다. 자기도 이 계통에 있는 사람들을 좀 도와주고 그러고 싶답니다.
◇ 김현정> 좋은 일에 큰 인재가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하고요. 사실은 아버님이 이 인터뷰에 나서시게 된 이유가 있다고요. 꼭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 피해자 아버지> 이런 일을 겪고 있는 뇌성마비 (환자들) 부모들도 그렇지만 애들도 고생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빨리 치료방법이나 이런 걸 다시 한 번 발견해가지고 나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들이.
◇ 김현정> 혹시 딸처럼, 우리 따님처럼 희귀병인데 잘못 오진받아서 13년, 15년, 20년 보내는 아이가 또 생기지 않을까.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오신 거예요.
◆ 피해자 아버지> 예. 그래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감사드리고요. 다시 한 번 정말 늦었지만 축하드리고요. 아이의 꿈이 사회복지사라고 하셨는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진으로 13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던 소녀. 그 소녀의 아버지 만나봤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