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5형 놓고 韓 '평가절하' vs 美 '괄목상대'

文 "탄두 재진입 불분명"…美 "미 본토 타격 가능"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기술적 성능을 놓고 한미간 미묘한 견해차가 감지된다.

한국은 ICBM 완성을 위한 3대 기술적 조건의 마지막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북한이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장거리 추진 능력의 완성도에 주목하며 당장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재진입과 종말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모든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했지만, 전세계가 주목하는 대기권 탄두 재진입 기술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정부성명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을 평가절하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여러 연구소들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의 엔진과 연료형태가 획기적으로 개량된 신형이어서 괄목상대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고 일제히 평가했다.

CNN방송과 NBC뉴스 등은 제임스마틴 핵무기확산방지 연구센터(CNS)의 마이클 뒤츠먼 연구원을 인용해 "화성-14형에 비해 특히 2단 추진체의 너비가 훨씬 넓어졌고, 이 정도 크기의 미사일을 만들고 작동시킬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CNS의 협동연구원 데이비드 슈멀러 역시 "북한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 미사일 시험은 핵폭탄 무게와 같은 모형 탄두를 장착해 실시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핵보유국에 한층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슈멀러는 "북한은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원했는데, 화성-15형은 그 첫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 자체의 위협성을 부각했다.

참여과학자연대(UCS)의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도 "2단계 엔진은 (화성-14형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추진체 운반이 가능해 보인다"며 "정말로 새롭고 유능한 미사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화성-15형 본체 자체가 커지고 추진력도 월등히 높아진 만큼, 수백kg 규모의 핵탄두 장착도 가능해 북한이 탄두 소형화 기술의 한계도 어느정도 극복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견해들은 백악관 안보관련 정책입안자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석이어서 향후 한미 당국간 이견차로 표출될 수도 있다.

ICBM에 대한 한미간 명칭 논란도 새롭게 주목된다.

지난 7월 북한의 화성-14형 시험 발사 당시 미 백악관은 이를 ICBM으로 지칭했지만, 문 대통령은 'ICBM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라며 '급'을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의 기술적 성능을 ICBM 완성 단계로 평가하게 되면 스스로 밝힌 '레드라인' 기준과의 상충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최대한 보수적 판단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은 거리상으로만 보면 ICBM이 맞겠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확인되야 ICBM으로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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