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했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수정 가결했다. 최종 입법까지는 본회의 표결만 남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제출한 개정안 원안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불이익변경의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조항이다.
1995년 법률 개정 때 신설된 이 조항은 말 그대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유죄가 재확인돼도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형을 받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다.
정부는 하지만 "정식재판 청구가 범죄자에 대한 '형벌 상한 보증제도'로 전락했다"면서 개정안을 냈다.
정식재판 도중 피해자 사망과 같이 피해가 확대돼버린 경우, 피해자 회유나 증거 조작으로 약식명령의 선처를 받은 게 사후 확인된 경우, 벌금 집행 지연을 노린 악의적 정식재판 청구의 경우에도 약식재판 이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서류재판인 약식명령이 공판절차를 거치는 정식재판 판결보다 결과적으로 우선하는 기형적 사법, 제도 도입 이전에 비해 정식재판 청구율이 6배 급증하면서 불거진 사법자원 낭비 등도 지적됐다.
다만 대한변협 등에서 피고인 인권 보호 차원의 반론이 제기됐다. 조항 삭제시 재판부가 '형량을 더 높이겠다'며 압박해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중대 사건이라면 검찰이 당초 정식기소로 제도 악용을 예방했어야 맞다는 얘기다.
동일한 취지의 법률 개정안은 18대·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이같은 논란 끝에 결국 입법되지 못했다. 18대국회에서는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19대국회에서는 본회의 문턱도 밟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 법사위는 지난 1년간 논의를 거쳐 '형량을 올리되 형종은 유지하는' 수정안으로 절충했다.
형소법 제457조의2를 "①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로 수정한 법안이다.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에서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도 받을 수 있지만, 벌금보다 무거운 금고나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 위축 우려를 감안해 현행 '불이익변경의 금지'를 '형종 상향의 금지'로 대체하고 양형 상향 시 양형 이유를 기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