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앞 1인시위 제한…인권위 "표현의 자유 침해"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주한미국대사관 앞 1인시위를 제한한 경찰의 조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보행자 등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1인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것을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하주희 변호사는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 데 이은 행동이었다. 양손에는 '사드 배치는 위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횡단보도 건너편 인도 쪽으로 밀려난 하 변호사는 이날 대사관 정문 기준 15m 안쪽으로 접근할 수 없었고, 결국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인권위 조사에서 "주변에 다른 변호사가 5명가량 있었다. 이들이 사진을 찍는 등 사실상 행동을 같이했기 때문에 1인시위를 빙자한 불법 집회였다"고 주장했다.

또 "외교공관 바로 앞에서 외교사절을 모욕할 위험이 있는 시위를 하는 것은 '빈 협약'에 어긋난다"면서 "다른 반미단체를 자극해 불법을 부추길 위험도 있어 제한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 측은 "같은 단체 소속 회원들이 1인시위를 촬영했다고 해서 불법 집회라고 보기 어렵고, 당시 경찰권을 즉시 발동해 제지할 만큼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반하는 구체적 위법 행위가 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빈 협약에 따라 공관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시위를 제한했다고 하나, 진정인의 행동이 외교관 품위를 훼손했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진정인은 미 대사관 정문 앞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시위하고자 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미 대사관 인근 1인시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시위자뿐 아니라 경비 인력까지 배치돼 대사관 앞 인도에 통행이 방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통행 방해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인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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