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SBS 예능프로그램은 연애 리얼리티의 부활로 다시금 전성기를 맞은 모양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 2')은 실제 연예인 커플을 섭외해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연애·결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장수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가상 연예인 커플로 돌풍을 일으켰다면 '동상이몽 2'는 실제 연예인 커플들을 중심에 세웠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배우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는 설레는 국제 연상연하 커플로 인기 몰이 중이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배우 장신영과 강경준 커플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 과정을 보여주며 많은 응원을 얻고 있다.
SBS의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외로운 중견 남녀 연예인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기획의도는 분명히 그렇지만 다양한 조합으로 커플을 만들어 '우리 결혼했어요'의 중년판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돌아온 싱글', 일명 '돌싱'이거나 독신인 경우가 많아 김국진과 강수지 커플은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SBS는 일반인 남녀가 주인공인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이하 '연애도시')라는 이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황성준 PD에 따르면 '짝'을 제작했던 주요 스태프들이 상당수 참여한 것은 맞지만 '짝'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지점이 존재한다.
'짝'이 특정 공간 안에서 선을 보듯 현실적 조건과 성격을 따져 이성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연애도시'는 연애 적령기인 청춘들이 낯선 공간에서 처음 만난 이성과 데이트를 하며 상대에게 다가가는 연애 심리를 담아냈다고.
일반인 싱글남녀 8명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을 마쳤고 12월 중 3부작 파일럿으로 방송된다.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케이블 채널과 종편 채널 역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tvN은 이미 '신혼일기' 시리즈로 연예인 신혼부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비밀통화를 콘셉트로 한 연예인 남녀의 '썸' 리얼리티 '내 귀에 캔디'로 독특한 가상 연애 리얼리티의 장을 열었다.
엠넷은 '내 사람친구의 연애'로 실제 '남사친'(남자사람친구), '여사친'(여자사람친구)들이 여행 안에서 서로를 향한 설렘을 느끼는 과정을 그려냈다. JTBC 역시 SBS '불타는 청춘' 포맷과 유사했던 '님과 함께'로 만혼 연예인들을 가상 부부로 맺어줘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 냈다.
최근 tvN과 JTBC는 또 한 번 새로운 포맷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tvN은 로맨스 토크 드라마 장르를 표방한 '모두의 연애'를 방송할 예정이다. 신동엽과 성시경, 마이크로닷이 바텐더 사장과 직원을 연기하며 연애 상담을 진행하고 배우 이시아, 변우석, 박유나 등이 손님으로 분해 연애와 사랑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실제 제작진들이 모은 사랑 이야기와 연애 고민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JTBC는 '이론상 완벽한 남자'라는 프로그램으로 연예인 전문가들과 실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커플을 매칭해주고 있다.
신동엽, 김희철, 레이디제인, 딘딘 등이 연예인 연애 전문가로 출연해 싱글남녀들을 분석하고, 이밖에 심리, 법률 등 전문가들이 모여 매칭 관련 조언을 건넨다. 심리적, 법률적, 과학적으로 분석한 커플 매칭 시스템이 관전 포인트다.
정기적으로 바뀌는 예능프로그램 트렌드가 이제 다시 한 번 '짝짓기' 포맷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한 방송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상당히 많은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예능 형태로 존재했다. 그러나 질릴 정도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많았고 다수의 부작용도 발생해 자취를 감췄다가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이 같은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는 현상을 분석했다.
초반에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후에는 일반인까지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대표작을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SBS '짝'으로 꼽았다.
그는 "젊은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의 경우, 수많은 인기 커플을 배출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실제 해당 커플 속 연예인의 사생활이 침해되기도 했고, 편집이나 짜고 치는 대본 논란도 여러 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짝'은 그런 부작용이 더 두드러졌었다. 신상 털기는 기본이고,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해 일반인이 피해를 받거나 프로그램 포맷에 상처받아 결국 숨지는 사건까지 있었다. 아무리 예능이지만 저런 소재는 사람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점점 연애나 결혼이 어려운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얼마 간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짝짓기'는 원래 전통적으로 모두에게 관심이 있는 소재다. 원래 인간은 타인의 삶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실제 인기 연예인 커플이나 부부, 일반인들이 커플이 되는 과정 등은 예능에서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더욱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연애와 결혼이 어려운 풍조가 생기면서 이런 프로그램들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정도가 더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여러 차례 불거진 부작용에 대해서는 "실제 사람 사이 감정 교류가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라면 예능적 편집이 출연자의 현실 삶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과도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어떤 방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