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병헌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서울중앙지법 319호)가 진행되는 동안 바로 옆방의 우병우 재판정(320호)에서 우연치않게 전병헌 전 수석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 또한 전·현 정권 청와대 수석들의 '얄궂은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23차 공판의 쟁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민정수석의 감찰 직무 포기' 였다.
검찰은 "2016년 7월 말부터 9월까지 언론 보도로 안종범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었기때문에 직무감찰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지만 우 전 수석이 직무 의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우병우 피고인측은 검찰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당시 우 전 수석 아래있던 임윤수 공직기강비서관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임씨는 우 전 수석이 데려온 인물이다.
우 피고인측 변호인은 우 전 수석이 직무감찰 지시를 하지 않은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우병우 피고인이 당시 '서울 강남 넥슨땅거래'로 언론에서 숱한 공격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할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본인 방어하기에도 급급했다는 '면피성' 취지였다.
둘째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셋째는 당시 이석수 특결감찰관과 민정수석실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업무가 중복 성격이 있었기때문에 굳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나서야 할 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 피고인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비서관에게 "당시 우 전 수석은 '넥슨땅 거래'와 관련 무려 3만건이 넘는 언론보도가 숱하게 나오면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또 "2016년 7월 말 두 재단과 관련한 최순실씨에 대한 첫 보도가 나왔지만, 그 보도는 우 전수석이 '넥슨땅 문제'로 사퇴를 하지 않자 그에대한 압박용 보도로 보이는데 맞냐"고 물었다.
임 전 비서관은 이에대해 "우병우 '사퇴 압박용' 보도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자신을 비롯해 청와대에서는 '청와대 흔들기'로 인식했다"고 대답했다.
◇ '전병헌' 끄집어내 방패막이로 이용
우측 변호인은 이어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해서도 감찰조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냐"고 물었고 임 전 비서관은 "감찰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고 말했다.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감찰조사를 하지 않은 것첨 국정농단도 마찬가지 사안이라는 방패막이용 이었다.
그러나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증인에게 "만약 민정수석이 안종범 전 수석과 관련 재단 모금문제를 '파악해 보라'고 지시한다면 어디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이에대해 임윤수 전 비서관은 "수석의 지시가 있으면 직무 감찰은 내가(공직기강비서관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부 감찰은 민정비서관실의 특감반에서 하는걸로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당시 조사 지시가 있었다면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측 변호인은 또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의 업무중복 문제를 끄집어냈다.
우측 변호인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은 특별감찰관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그런 법령이 없지 않냐"고 증인에게 물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보다 특별감찰관이 조사를 해야 될 일이 아니냐는 취지로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책임을 떠민 것이다.
임 전 비서관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다만 자신이 감찰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수석의 지시가 없었고 본인 판단으로 볼때 안 전 수석을 청와대가 감찰한다면 밖에서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