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부의 '사드 해빙' 분위기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차 판매율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철강과 함께 자동차 분야를 양국간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이 FTA 개정협상을 통해 철폐된 관세 부활을 관철시킬 경우 가뜩이나 움츠려든 자동차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금액은 112억5천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만 달러 증가(증가율 0%)하는데 그쳤다. 국산차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전체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5%에서 올해 21.6%로 감소했다.
한미FTA에 따라 지난해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미국 측 관세(2.5%)가 철폐된 이후에도 대미 수출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자동차부품 수출도 지난해 2.8%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13.4%나 줄어들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이지만 주력 모델 노후화 등으로 완성차 수출이 정체되고 있고, 부품 수출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미국산 자동차 수입 액수는 13억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또 지난 2012년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연평균 37.2% 씩 증가했다.
이로 인해 미국산 승용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전 9.6%에서 지난해 18.0%로 늘어났고, 2015년부터는 일본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 자동차 산업 총체적 위기…"관세 부활 방어, 美전략차종 확대 서둘러야"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한미 FTA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지만, 미국은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를 꼽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지난해 철폐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활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측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일본이나 유럽차보다 이점을 누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의 절반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기아차는 관세가 부활할 경우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차나 한국지엠 등 국내에서 차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외자계 업체의 경우도 관세 부활에 따른 이윤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실적부진으로 한국철수설이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한국지엠의 경우 관세 부활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활한다면 우리 자동차 업계로서는 직접적인 이윤 감소 뿐 아니라 고용문제와 부품업체들의 경영난 등으로 이어지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자동차 부진의 주요 원인은 주력 모델 노후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부족, 픽업트럭 부재 등이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한국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부활할 경우 자동차 분야는 더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경유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의 자동차 수요가 픽업트럭 등 대형차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자동차 소비구조 변화에 맞는 제품 출시를 못하고 있는데다 한국차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중형차 부분에 일본차들이 추격하면서 전반적으로 위기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핵심 분야중 하나인 자동차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게 중요하다"며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환경에 맞는 전략신차 조기출시에 전력을 기울이고, 정부는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분야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 방어에 나서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