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국장 "한미 FTA 폐기도 옵션…농민 지지 받아야 비준"

유명희 산업통상부 통상정책국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한미 FTA 재협상은 농민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회비준이 어렵다"며 "FTA 폐기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옵션이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22일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참석 농민들로부터 "개정 협상으로 갈 건지, 폐기로 가는게 맞는지부터 근본적으로 논의하자"는 질문에 대해 이 같이 답변했다.

유 국장은 "다만 미국이 FTA 개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5년간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었던 협정을 시작도 안 해보고 폐기하는 것 보다 일단 그 틀내에서 이익 균형 차원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개정협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협상은 이익의 균형이 맞아야 타결이 되는 것이다. 우리 원칙도 국가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국익의 극대화이다. 그게 이뤄지지 않는 협상은 타결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다. 협상의 결과를 비준 받아야 하는데, 농업계에서 받아 들일 수 없는 결과물은 비준을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국장은 "개정 협상에서 농업을 희생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통상교섭본부장 입으로 농업 레드라인 얘기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건 정부의 의지와 각오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농업을 다 퍼주겠다, 다 희생된다, 그런 생각이 아니라 저희는 농업에서 추가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아래 개정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간 미국에서 제기 될 때마다 농업이 왜 민감한지 설명하면서 농업 추가 개방 불가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가 20일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산업부 제공)
이날 간담회에서 한민수 농업경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현재 한미 FTA에 명시된 농산물 세이프가드의 발동 조건이 현실에 맞지 않게 매우 까다롭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한미 FTA 발효직전 6만 2천톤이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FTA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2016년에는 16만 9천톤으로 늘어 한우농가에 큰 타격을 줬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농산물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인데, 2017년 기준 발동물량이 30만톤으로 매우 높게 설정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더 이상의 관세 인하 시 한우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며 FTA를 폐기해 현재 24%인 쇠고기 관세를 40%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협상할 경우 쇠고기 관세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관세 철폐기간을 20년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쇠고기 위생조건을 강화해 현 30개월령을 20개월령 미만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필수식품인 낙농품을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명희 국장은 "개정이 되었을 때 우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바꾸거나 쿼터방식을 바꾸자는 여러 의견을 주셨다.농림부와 긴밀히 협의해,어느 때 어느 전략을 구사해야 농업 이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지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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