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제정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이득을 본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거둬 농어업 등 손해를 본 다른 산업에 대해 보상·지원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무역이득공유제는 2012년 한미FTA 추진 당시 농림축산해양수산위 소속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재계의 반발로 국회에서 표류되다가 2015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 기금은 매년 1000억원씩 10년에 걸쳐 기부금 1조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쉽게도 현재 56억원 조성에 불과하다. 서부발전 53억원, 현대자동차 2억원, 한솔테크닉스 1억원, 인천항만공사 1,500만원 등 4개 기업만이 모금에 참여했을 뿐이다.
서부발전은 태안 주민들과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시니어일자리 지원사업 등 지역사업 지원에 적극 나설 필요성이 있어 출연에 나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은 주요 대기업·중견기업·공기업 등 250개사를 대상으로 설명회 8회와 간담회 4회,개별설명회 79회를 통해 홍보와 출연 협의를 진행했다.
반도체 호황이라고 수출 기록 갱신을 알리는 보도자료만 넘칠 뿐, 농어촌상생기금 출연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황주홍 농림축산해양수산위 국민의당 의원은 "이 기금이 수천억을 목표로 한 것이었지만, 지금 현재 56억, 100억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게 거짓 약속,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고 평가했다.
농민들의 정부 불신 또한 커지고 있다. 문정진 축산단체협의회 의장은 "기업 쪽에서 상생할수 있도록 기금도 만들고 협조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안 걷히는 것이다. 이건 산업통상자원부가 농축산업을 너무 소홀히 여기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통상을 통해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 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무역이익 공유제' 등 통상의 재분배기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앞두고 농민단체는 농축산 분야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며 통상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농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농민들은 "정부가 5년전 한미 FTA 대안,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했고 신뢰를 주지 않았다. 모든 농축산업이 뿌리 채 흔들리고 상황인데,우리 농축산업을 이렇게 포기해도 되느냐"고 호소했다. 농민들은 "피해산업에 대한 정확한 경제 분석을 한 뒤 다시 공청회를 하자"며 "피해 단체의 애로사항을 듣고 피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2일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12월 1일 한미 FTA 개정 관련 제2차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