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문화재는 어떻게 지진을 견뎌낼까?
한옥연구소 이상현 소장은 17일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인 한옥은 기본적으로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 특징을 하나하나 꼽았다.
"한옥은 못이나 나사를 쓰지 않고 '결구'를 한다. 이를 '장부'라고도 하는데 부재(뼈대 구조를 이루는 재료)를 암수로 구분해 맞추거나 연결하는 방식이다. 일체화 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과 달리 한옥의 경우 건물이 틀어져도 똑 부러지지 않는 이유다."
이 소장에 따르면, 장부의 연결부분을 '절점'이라고 한다. 이는 다시 부재에 힘을 가했을 때 밀리거나 돌아가는 것이 '활절점', 부재에 힘을 가했을 때 부러지면 부러졌지 돌아가지 않는 것이 '강절점'으로 나뉜다. 결국 한옥에는 못으로 연결하거나 아예 용접을 해 붙이는 개념인 강절점이 없는 것이다.
그는 "강절점인 서양식 건축물과 달리, 우리나라 건축물은 부재와 부재가 딱 붙어 있지 않은 활절점이기 때문에, 지진과 같은 강한 힘을 한 번에 그대로 받지 않고 분산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체화 돼 있지 않은 건물 구조, 일시적 강한 힘 분산시켜"
"'그렝이질'이라고 해서 컴퍼스로 주춧돌 위 표면을 따라가면 기둥 모양이 그려진다. 그곳에 기둥을 세우면 주춧돌 위에 곧게 서는데, 그것을 고정하지 않고 그대로 얹어 놓는다. 건축물이 땅과 완전히 붙어 있다면 지진의 엄청나게 큰 충격이 그대로 전달될 텐데, 한옥은 땅이 흔들리더라도 한 템포 늦게, 건물이 따로 흔들리면서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자연석을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주춧돌로 사용하는 것도 이에 한몫한다.
이 소장은 "지진이 났을 때 주춧돌이 매끈한 돌이라면 기둥이 확 밀려갈 텐데, 한옥의 경우 울퉁불퉁한 주춧돌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쉽게 밀리지 않는다"며 "울퉁붕퉁한 면이 기둥을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건물을 보존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은 규격화 된 돌을 쓰지 않았다. 다르게 생긴 돌들끼리 아귀를 맞추기 때문에 서로를 자연스레 잡아주는 힘이 생긴다. 큰 힘으로 밀더라도 바로 밀리지 않는 이유다. (바람이 강한) 제주의 돌담을 떠올리면 된다."
결국 "우리나라 건축물 구조는 이러한 특징을 보편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내진 설계가 기본적으로 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진이 났을 때 일반 건물보다는, 무게 중심을 아래에 둔 탑이 상대적으로 더 잘 견딘다"며 "지진이 잦은 일본의 전통 건축물에서 가벼운 지붕을 써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