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명목으로 돈 1억여 원을 건네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은 친박 성향 5선인 원유철 의원의 사건이 터진 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날 원 의원에 대해 수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홍준표 대표와 '출당' 문제를 두고 충돌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최 의원이 특활비 문제로 검찰 수사에 연루되자 한국당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특활비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의 의혹을 들춰내며 겉으로는 역공에 나섰지만 이날 오후 최경환 사건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다시 바싹 얼어붙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이 정도면 야당 탄압 수준"이라며 "왜 불안하지 않겠냐. 권력의 칼에 베일까 걱정스럽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 국정원 간부들 檢에 어디까지 불었는지 몰라, 與도 긴장
특히, '청와대 40억 특활비 상납' 문제를 검찰에 진술해 키맨으로 지목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정치권과 관련해서도 여러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정원 특활비 수백억 원을 받았다는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 5명의 명단이 서초동을 중심으로 나돈 것도 시점상 예민한 부분이다. 일단,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검찰에서는 모르겠지만 국정원 차원에서는 확인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국정원과 검찰 모두 소문의 출처에 대해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을 향한 사정 당국의 경고이자 선전포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나 최경환 의원 건에서 보듯, 긴급 체포된 이병기 전 원장이나 이헌수 전 기조실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현재 검찰에서 정치권과 관련해 어떤 진술을 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임하자 당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국정원 특활비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일부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특활비 문제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민주당이 연루된다면 정치적, 도덕적으로 큰 타격"이라며 "적폐청산 기조로 여당에 대한 도덕적인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의원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