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미국 외신들은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관련 권고안을 제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숙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말미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된 목적이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움직임을 강화할 것처럼 내비치다 정작 발표에서는 빼버렸다.
이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한과 중국 등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근 북한이 60여일동안 아무런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자제하며 중국, 미국 등과 다양한 경로로 대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자칫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중국과 대북문제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올리는 것을 잠시 유보하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설득을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17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곧바로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사이 북한문제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는 듯한 예상이 나왔는데 안했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미국이 현재 북한에 대한 압박 기조는 유지하되 또다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효성과 법적 정당성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조건에 맞느냐는 논쟁이 있어왔고 또 현재 최대한의 제재·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테러지원국 재지정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의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해결 접근법을 어떻게 잡았는지가 이번 트럼프의 순방결과 발표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