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16일 지면 1면에 <전국 뒤흔든 지진, 수능을 덮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면접·논술 등 대입 일정이 줄줄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큰 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포항 생각하면 수능 연기가 맞는데…59만 수험생 대혼란>이라는 상세 기사에서 "교육부가 '예정대로 수능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번복했다"며 "수험생 가운데 일부는 '수능일에 맞춰서 그간 컨디션을 조절해왔다'면서 패닉에 빠졌다. 대학과 고교 교사들은 '이제 뭘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 사립대 입학처장과 충북지역 교사, 일부 수험생들의 불만을 전했고, 이대영 서울 무학여고 교장은 인터뷰에서 "아까 낮에는 수능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해놓고, 이 밤에 갑자기 연기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일주일 후에는 자연재해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현장만 혼란스럽게 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국민과 수험생 안전보다 수능시험 연기를 문제 삼느냐"며 질타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경북지역 학생들 어제 집에도 못들어간 학생들이 많다. 고사장 안전성과 환경 고려시 남들과 똑같은 시험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포항 인근에 거주한다는 네티즌은 "이런 기사 자체를 안 썼으면 좋겠다. 포항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오늘 새벽 1시까지도 쿠르르릉 하면서 여진이 계속 됐고, 자려고 누웠는데 집이 좀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에 수능을 어떻게 보냐"고 성토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남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학교에 금이 가고 포항처럼 난리나도 저 소리가 나오겠냐"고 꼬집었다.
실제 16일 오전 9시2분 경북 포항 북구에서 규모 3.8 여진이 발생해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현재 포항 일대 주민 1500여명이 흥해 실내체육관 등 27개소에 대피해 있는 상황이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도 비판에 가세했다.
황씨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학여고 이대영 교장의 발언을 발췌한 뒤 "어떠한 자연재해가 있어도 수능은 연기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무섭다. 서울에 지진이 나서 무학여고 교실의 창문이 깨지고 벽이 무너졌다고 가정해보자. 무학여고 수험생들이 시험을 볼 교실이 그 모양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며 "지진 피해 없는 서울 밖 한 지역의 교육자가 그 정도 자연재해에 수능을 연기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한다면 무학여고 학생과 교사의 마음은 어떠할까"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 결과를 불평불만 없이 수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교육자이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어야 한다는 편협한 애정을 가지는 것보다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살피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15일 밤 이정렬 전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3기)는 자신의 트위터에 "고3인 우리 딸 단톡(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라온 말"이라며 '경주 지진 때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수능 연기하는거 보니 '나라다운 나라'가 된 것 같다', '우리는 고3 때 대통령도 쫓아내고, 수능도 연기시킨 역사적인 고딩(고등학생)이다' 등의 반응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전 판사는 "시험 전날 연기되어 허탈, 황당했을텐데 차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님들. 멋져요"라고 전했다.
하상욱 시인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수능도 연기하는 나라가 됐다. 지진에 학교가 흔들려도 가만히 앉아서 공부나 하라고 했던 나라였는데"라며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의 정부의 대처를 떠올렸다.
EBS 한국사를 강의하는 최태성 역사교사도 "불안함은 참아도 불편함은 못참는 모습이 대형참사를 불러 올 수도 있다"며 "여진이 남아 있기에 일주일 정도는 살펴봐야 한다. 광복 이후 처음 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겠네요. 모두들 무사하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