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8시 20분쯤 교육부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오는 23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지 30여 분이 지나자 서울 학원가는 부랴부랴 되돌아온 학생들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학원 복도 한 켠에 잔뜩 쌓인 문제집들은 덩그러니 학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집 더미를 헤집던 학생들은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에 "당황스럽다"며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상기된 모습의 권순우(22) 씨 역시 "책을 찾고는 있는데 너무 산더미 같다"며 "수능이 연기될 거란 생각은 아예 못 했는데,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학원가는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양천구 목동에서 '에스학원'을 운영하는 남재현 원장은 "수능은 부득이하게 연기됐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논술이나 특기자 전형 등에 대해 각 대학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혼선이 정리될 것 같다"며 정신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이번 일주일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 마음을 다진 유환희(20) 씨는 "수능이 끝나길 기다렸던 마음에 처음엔 동요됐다"면서도 "좀 더 생각해보니 일주일 동안 실력을 향상시키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수험생으로서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의 수험생들을 걱정하는 마음도 보였다.
노준형(19) 군은 "수능 준비도 다 끝냈고 책도 몇 개 버려서 첨엔 화도 났지만 포항 학생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며 "지금은 괜찮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노 군은 "남은 일주일은 자료들을 마저 풀고 새로운 자료를 사든지 하면서 보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출제‧인쇄본부와 85개 시험지구에 총 356명의 경력을 배치해 오는 23일 수능시험일까지 철저한 경비 근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