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문닫고 소비자 혜택 감소?…통신비 대책 '풍선효과' 조짐

홈플러스 철수한 알뜰폰업계, 폐업 도미노 우려↑
통신사 "25%25 요금할인에 보편요금제? 투자 여력 감소…소비자 혜택만 줄어들 것"

(사진=자료사진)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정작 통신비 인하에 힘써온 알뜰폰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대했던 망 도매대가 협상이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데다 25% 요금할인 후폭풍까지 겹치며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알뜰폰 산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 업계도 반발이 크다. 통신 3사는 25% 요금할인에다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수익 확보에 난항을 겪는 통신사가 자구책으로 결국 소비자 혜택만 줄일 것이란 부작용 역시 제기되고 있다.

◇ 홈플러스 알뜰폰 철수…25%25 요금할인 後 가입자 이탈↑ 알뜰폰업계 '시름'

알뜰폰 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가 이달 30일부로 알뜰폰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홈플러스는 KT와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플러스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알뜰폰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2015년 6월부터 알뜰폰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았다. 최근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잇따라 도입되자, 사업 철수를 서두른 것 같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도입된 알뜰폰은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 실제 2014년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서 알뜰폰의 존재감은 컸다.

정부는 단통법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지만, 정작 가계통신비를 낮춘 일등 공신은 단통법이 아닌 '알뜰폰의 성장'이라는 소비자단체 등의 분석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에서 도매대가 인하나 전파사용료 감면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사업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알뜰폰은 현재 7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지만 2011년 출범 이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영업 손실 규모는 3309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을 철수하자, 연쇄 폐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 현상은 점점 심해지는 추세다. 지난 2분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7월에는 처음으로 이탈 고객이 유입 고객을 추월했다. 요금할인율이 20%에서 25%로 인상된 지난 9월에는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옮겨간 고객이 유입 고객보다 366명 많았다. 10월에는 1648명으로 격차가 더욱 커졌다.

◇ 도매대가 인하 미진…요금할인 확대가 '직격탄'

정부가 약속했던 도매대가 인하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알뜰폰업계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이다. 가입자로부터 받는 요금 수익을 통신사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5만~6만5000원 요금제에선 55%(알뜰폰) 대 45%(통신사)로, 5만원 이하 요금제에선 60%(알뜰폰) 대 40%(통신사)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알뜰폰 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익 비율을 이달에 10%포인트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협상 결과 LTE 정액요금제(데이터 요금제)의 수익배분 도매대가 비율을 전년 대비 평균 7.2%포인트 인하했다. 이용자가 빠르게 느는 고가 요금제에서의 인하 폭도 적었다. 데이터 11GB 이상요금제의 경우 인하율은 1.3∼3.3%포인트에 불과했다.

알뜰폰 업계는 산정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예년에는 기본료를 빼고 산정했지만, 올해는 기본료 폐지분을 인하율에 포함해 실제 인하율은 더 적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산정기준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도 없고 데이터 요금제가 아닌 LTE 요금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며 "알뜰폰을 경쟁 주체로 키우겠다는 취지가 의심스럽고 이대로라면 모두 고사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입법 예고한 보편요금제마저 도입되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알뜰폰 업체는 직격탄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일부 중소업체의 폐업설이 돌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선 사회적 논의기구(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함께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신비 대책의 부작용은 이동통신업계에도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논의하기 위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출범 전부터 이통사는 이미 보편요금제에 대한 '수용 불가'를 명확히 밝혀 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단순히 통신비만 하향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음성 통화 등으로 구성된 각종 요금제 구조를 일괄적으로 뜯어 고쳐야만 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도미노처럼 나머지 요금제도 손을 봐야 한다. 정부가 일정한 요금 수준을 제시하는 등 시장가격에 개입한다는 점에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25% 요금할인으로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영업이익이 줄어든 통신사는 5G 투자 여력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업계가 주장하는 '풍선효과'다.

또 마케팅비도 아낄 수밖에 없는 통신사는 단말기 구매 시 공시지원금을 줄여 결과적으로 단말기 구매비용만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통 3사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요금할인율 상향에 따른 수익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고가요금제 유치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통신비 정책으로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협의회를 이끌게 된 강병민 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서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면서도 "합의가 어려울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0년간 고착된 통신 시장 구조가 10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실제 가계통신비와 직결된 합의는 물론 국민 의견 수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의 시각도 회의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와 이통사 간 의견도 다르고 시민단체와 정부, 유통업계 입장차도 첨예하다"면서 "100일 동안 입장차만 확인하고 갈등만 더 깊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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