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6월에는 빗썸 고객 3만명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해킹당한 빗썸 직원은 놀랍게도 고객 정보를 자신의 집 개인용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회원들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야피존'과 '코인이즈'도 해킹, 서버 마비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있었다면 당장 난리가 났을 것"이라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민사소송 외에는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해킹, 서버 마비 등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한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지만, 이와 관련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 보호·보안 등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 국내도 좁다…세계를 대상으로 팽창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일반인들에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이름조차 생소할 수 있지만, 국내 비트코인 시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정아 빗썸 부사장에 따르면, 빗썸은 국내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로 세계적으로는 3위권 이내에 들어가 있다. 9월 평균 하루 거래량은 7천억 정도다.
지난 8월 19일엔 하루 거래량만 2조 6천억원을 기록해 코스닥 하루 거래량을 넘어섰고, 서버 폭주로 문제가 됐던 지난 12일만 해도 빗썸에서 6조 5천억원어치의 가상화폐가 거래됐다.
빗썸뿐 아니라 코빗, 코인원까지 국대 3대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거래량 기준 세계 상위 10위 거래소에 포함된다. 빗썸은 세계 1위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입법은 지지부진…커지는 규제 사각지대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팽창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시피 한 실정이고 관련 입법도 지지부진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회의를 열어 가상화폐를 통한 기업들의 투자금 모집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신용 거래도 막기로 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Initial Coin Offering)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안을 만들어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의원입법을 하려고 했는데 의원들이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한 국회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 안은 가상화폐를 유사수신이라고 보고 그 행위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라면서 "금융위가 이러한 내용을 여당 의원들에게 의원 입법 해달라고 했지만 업계 반발이 커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발의만 했을 뿐 아직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금융위도 개정안을 낼 것이라는 계획은 들었지만 논의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연내에 관련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만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과세에 대한 입장을 정하며 성격을 같이 규정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는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닌 전자적으로 가치를 표시한 것'에서 멈추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