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선 '공범', 검찰선 '수괴'…범죄 대통령된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혐의 유‧무죄 판단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는 양상이다. 법원이 관련자들을 잇달아 유죄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면서다.

검찰은 한발 더 나아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아 사적으로 사용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새로운 범죄 혐의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법원은 사건의 핵심 쟁점인 '삼성합병'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에 삼성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두 사람의 '윗선'에 박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담긴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업무수첩과 진술 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죄사실에 "2015년 6월 말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 사건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음을 인지하고"라는 문구를 직권으로 명시했다.

또 법원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비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유죄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못박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5일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인,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에 따라 해당 문건을 최씨에게 보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은 범행 당시 직‧간접적으로 문건의 전달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도 직접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유죄 선고는 박 전 대통령 유‧무죄 판단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혐의 수사를 예고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나랏돈으로 제공된 뇌물을 박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상 금품수수 관련 기준으로 볼 때 사건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임박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실제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혐의 입증을 위한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의 '부역자' 역할을 한 혐의로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세 사람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16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앞서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담당한 '문고리 권력'인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한 상태다.

'검은 돈'을 상납하고 수금한 일당 전원에 대한 구속수사를 토대로 '윗선'인 박 전 대통령을 직접 겨누겠다는 게 검찰의 계획으로 풀이된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법치주의에 따라 당분간 피의자이자 피고인 신분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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