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공식 훈련에 나선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APBC 2017) 참가차 전날 입국한 대표팀의 일본에서의 첫 공식 일정이다.
한국은 이날 훈련을 소화한 뒤 일본(16일)과 대만(17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그리고 경기 결과에 따라 19일 결승전까지 나서게 된다.
24세 이하, 프로 3년 차가 넘지 않는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된 한국. 선 감독이 2020 도쿄올림픽을 내다보고 한국 야구의 미래로 택한 선수들이다.
이런 젊은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분명 국제무대 경험을 쌓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도 쟁쟁한 소속팀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제 실력을 뽐내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야구 팬들의 뇌리에 제대로 새길 수 있는 무대인 셈이다.
일본과 대만을 차례로 제압하고 결승전에서도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대표팀이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상대 국가들 역시 현재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렸다. 이와 함께 한국과 달리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해 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우승까지 도달하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선 감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는 게 가장 좋지만 만약 지더라도 팬들이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이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아직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하다. 일본 야구의 심장부로 꼽히는 도쿄돔을 경험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한일전이 주는 무게감 역시 적잖기 때문에 선수들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홈팀 일본을 연호하는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조건까지 붙었다.
KBO리그에서도 원정길에 나서면 상대를 더욱 연호하는 함성을 들으며 경기를 했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돔구장 특성상 일본을 향한 응원 소리는 선수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와 부담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담감은 선 감독이 한국에서 대표팀 훈련을 진행하면서 누차 얘기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낄까 봐 도쿄돔과 한일전에 대한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면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나 역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당시 부담감이 적잖았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얼마나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이어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면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는 작은 실수로 승부가 갈리는 단기전 싸움에서는 분명 치명적이다"라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후회 없이 싸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태극전사로서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