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속, 시진핑 명분 챙겼다지만…美언론은 "시진핑 승리"

중국 언론 연일 미중 정상회담 성과 홍보, 미 언론 경협 효과에 의문 싸늘한 시선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박3일간 중국 방문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간의 손익계산서가 양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흥분하는 모습이었지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얻어낸 ‘실리’조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 트럼프 280조 경협, 중국 관영 매체들 흥분된 어조로 선전

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회담장소인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는 미·중 양국 기업인들의 무역협정 체결식이 있었다.

이날 하루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제품을 사겠다며 계약한 액수만 무려 2천535억 달러(282조2천215억원)에 이른다.

전날 바이오, 항공기, 환경보호설비 등 19건(82억달러)의 거래를 체결한 것까지 합하면 이틀 만에 2612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

중국 통계기준으로 지난 해 미국에 대한 무역적자 2540억달러보다 많은 액수이며 지난해 미국과 중국 기업이 서로 직접 투자한 규모의 4배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수백조에 달하는 계약을 통크게 체결해 준 것에 대해 흡족함을 감추지 않았다.

무역협정 체결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양국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면서 “중국 탓을 하지 않겠다”며 지금까지 중국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던 입장을 뒤집었다.

이어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전 정부 잘못이다"라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이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경이적인 무역 협정을 연일 대서특필하며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0일 "두 정상의 외교 전략 영도 아래 미중관계의 새 청사진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며 두 정상의 자금성 회동에 대해 "두 정상이 시공을 초월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인민일보 중·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 타임스도 이날 사평(社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두 정상이 많은 영역에서 공통 인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두 정상의 회동은 양국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점차 미중간 무역 불균형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 미 언론 트럼프 경협 성과에 의구심, ‘무역불균형은 전 정권 탓’ 발언에 냉소도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하지만 이번 트럼프 방중을 바라보는 미국 언론들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통해 얻어낸 사업거래 상당수가 양해각서 또는 과거의 계약을 재탕한 것이어서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미 상무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맺은 주요 계약 37건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2500억 달러가 넘는 거래가 성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AP,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거래의 상당수가 양해각서(MOU) 형태로 돼 있어 실행을 담보하기 어려운데다 중국 기업들이 원래 정기적으로 사들이는 물량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이 보잉사의 항공기 300여대를 구매하기로 한 것은 이미 사전에 구매 계약이 오간 것이고, 중국의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3년간 퀄컴의 반도체 120억 달러 어치를 구매하기로 한 것도, 사실 현재 주문량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셰일가스 등 에너지에 투자하기로 한 프로젝트도 투자기간이 길거나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든 사업, 또는 협상이 중간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류의 계약체결 행사는 외국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중국과의 무역 적자나 통상장벽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도 ‘모두 전시용’이라며 주요 계약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경제계가 이번 합의 대부분이 기존 약속을 재탕하거나 구속력이 없는 MOU라는 점에서 투자가 실제 이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국 측의 선물보따리에 트럼프가 고질적인 미중 무역불균형과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원인을 전 정부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한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가 중국의 국영시스템 역할을 무시해 미중 무역관계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결론지었다”며 “중국의 초대형 아부성 전시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비꼬았다.

◈ 잃은 것 없는 시진핑, 美 언론 시진핑의 승리 평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판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중국 언론의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번 외교전을 시 주석의 판정승으로 보는 미국 언론도 상당하다.

시 주석은 수백조에 달하는 경협 선물을 대가로 북핵 문제와 미국의 무역불균형 공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방어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고 (북한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하도록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소 강조해왔던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 필요성이나 무력 사용 발언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할 것이고,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양국간 불균형무역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의 ‘굉장한’ 중국 방문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시진핑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2박3일간 계속됐던 ‘황제의전’도 시 주석의 위상을 동반 상승시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초로 외국 원수의 자금성 내 만찬이라는 파격적 대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집권2기에 들어선 시 주석의 권한이 막강해졌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해 자금성 곳곳을 안내하며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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