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 9인의 탈당에는 원칙과 소신, 명분이 있을까. 한때 '개혁 보수'를 외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들은 이제는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자기부정과 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 성명서'에서 이들은 탈당의 명분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폭주"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통합을 외칠 뿐 실제로는 국민을 갈라놓는 갈등과 분열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은 국정 폭주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보수세력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철새 논란 등을 예상한 듯 이들은 성명서 말미에 "작은 생각의 차이나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고 적었다. 또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갈 수가 없다"며 "개인과 집단의 아집을 버리고 이제 미래를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8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9일 한국당에 입당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로써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들 중 다시 바른정당을 떠난 이들이 모두 22명이 됐다. 지난 대선 때는 권성동, 김성태, 장제원, 홍문표, 이은재 등 13명의 의원들이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얼마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이번 9인의 탈당을 두고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지방선거 공천권과 3년 뒤 2020년 자기 공천을 노린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견제'를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는 한국당으로의 복당이냐는 점에서는 설득력을 잃는다.
한국당의 '친박 청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명분을 약하게 한다. 이번 한국당과의 통합추진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황영철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당시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을 맡아 '친박 8적'을 발표했었다. 그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 등을 친박 8적으로 명명하고 당 떠나라고 압박했다.
이들이 말했던 친박 8적 중 이정현 전 대표와 조원진 의원만 탈당했고, 대부분 아직 한국당에 남아있다.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명됐다고 직접 선언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서 탈당 권유 징계를 받았지만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포함해 자신들에 대한 징계도 원천 무효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탈당 선언을 한 6일 황 의원은 YTN라디오에 나와 "철새가 돼야 한다면 얼마든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지형이 다른 정당을 만들어서 당을 옮긴 게 아니다"라며 변명성 발언을 했다.
김용태 의원도 과거 새누리당에서 가장 먼저 탈당을 하며 "새누리당은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질 자격이 없다.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13명의 의원들이 1차 탈당을 했을 때도 그는 "제대로 된 보수를 세워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는 여전히 바른정당의 몫"이라며 자신은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 탈당 과정에서 가장 흔들림없이 '조건 없는 통합'과 '한국당 복당'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