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고 놀란 가슴'…제주공항 면세점 '빅3'만 입찰

(사진=자료사진)
제주국제공항 내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등 업계 빅3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입찰은 갤러리아면세점이 사드보복에 따른 매출 감소로 임대료 부담이 커지자 지난 8월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한데 따른 것이다.

6일 한국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주요 면세점 3사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3가 모두 경쟁에 나선 것은 2가지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제주공항은 매출 연동형 임대료 산정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동안 매출과 상관없이 정액제로 임대료를 산정했으나 사드 사태로 매출이 크게 줄자 정액제는 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최소영업요율을 20.4%로 제시해 매력포인트로 작용했다.

최근 한중관계가 해빙무드를 타는 것도 면세점 업계로서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이 3백만명을 돌파하고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80~90%가 중국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단체관광이 재개될 경우 제주공항 면세점 매출은 급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

◇ 예상보다 초라한 입찰업체수…이유는 '불확실성'

제주지역 한 면세점. 중국 사드보복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휑한 모습. (사진=자료사진)
이런 이유 때문에 당초 이번 입찰에는 10여 개 업체가 입찰신청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에서 지난달 20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서 열린 입찰설명회에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12곳에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빅3 업체만 신청한 것은 다소 의외다. 업계에서는 '면세점=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드 사태를 거치면서 면세점 특허만 받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예전처럼 무작정 입찰에 들어가기 보다는 이익도 따지고 운영능력도 보면서 감당할 수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중관계가 밀접해지고 한국경제의 중국의존도가 커지면서 면세점 업계는 정치지형의 외풍을 많이 타게 됐고, 사드보복의 학습효과를 거친 상당수 면세점 업체들은 최근의 해빙기류에도 불구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찰이 마감됨에 따라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오랜 노하우를 강조한다. 특히 갤러리아면세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제주공항면세점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노하우는 이미 입증됐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콘텐츠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토대로 상품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신라면세점은 제주도 물류 거점과 콘텐츠를 부각시켰다. 신라호텔은 제주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제주, 시내면세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입찰 결과는 이달 말까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됐던 업체별 프리젠테이션은 생략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업체별로 제시된 제안서(60%)와 임대료(40%)를 토대로 서류심사를 실시해 오는 17일까지 2개 업체를 선정하며, 관세청은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임대료(영업요율)를 높게 써낸 업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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