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시였다" 실토한 '문고리 3인방'의 셈법은?

왼쪽부터 안봉근·정호성·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자료사진)
'대통령 지시로 상납받았다'는 청와대 심복들 진술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가 확산일로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신의 주군을 겨냥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새벽 '문고리 권력' 동료인 안봉근 전 비서관과 함께 구속된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받았고, △역시 지시에 따라 돈을 분배했으나 정확한 사용처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미 구속된 채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또다른 '문고리' 정호성 전 비서관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상납자금의 청와대 종착지가 박 전 대통령임을 시인했다. 지난해 9월 상납 중단 2개월만에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 돈 2억원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이다.

'40억원 이상' 국정원 자금의 흐름에서 자신들은 단순한 경유지에 불과했다고 한발 뺀 셈이다. 동시에 이 흐름의 통제자를 자신이 20년간 모신 '주군' 박 전 대통령으로 적시한 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돈의 용처 등 정확한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친박계 일부에서 '배신'으로 평가받는 이들 비서관의 행보를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 국민적 의혹 해소에 기여한 행위라는 긍정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나름의 '전략'으로 수사 및 재판에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단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본인들 죄책을 덜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부터 살자'란 얘기다. 박근혜정권 청와대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이들이 국정원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굳이 모든 것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안봉근·정호성·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사진=자료사진)
반대로 이 사건 핵심 당사자를 박 전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킨 뒤 수사를 '저지'하려는 큰 그림으로 해석하는 쪽도 있다. 친박계 정치인들을 동원한 '정치수사', '보복수사' 프레임을 검찰에 씌워 자신과 박 전 대통령 모두를 구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원 자금 수수 정황을 거론하며 정치쟁점화에 나섰다. 장제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와 측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국정원 자금 수수,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 자금 수수 등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제는 '책임전가'를 통한 혼자 살아남기든, '판 키우기'를 통한 박 전 대통령 구하기든 이들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들이 자신을 단순한 '돈 전달자'라고 주장한들, '대통령 최측근'이란 지위상 선처받기 쉽지만은 않다. 이들은 '문고리 3인방'으로 통하는 박 전 대통령의 심복들이었다. 검찰도 이 사건에서 이들과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뇌물 전달자도 처벌받는 사례가 존재한다. 형법 제133조 제2항은 뇌물임을 알면서 금품이 오가는 과정에 관여한 자도 뇌물공여 등의 죄로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고 관련 판례도 성립돼있다.

정치쟁점화 전략도 장기적으로는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당 지도부가 결국 '박근혜 출당'을 강행하고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나섰다. 향후 바른정당과의 통합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박 기조'가 공고화될 공산이 큰 만큼, 보복수사 프레임은 힘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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