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산업은 미국 허리케인 등 외부적 요인이 작용하긴 했지만 선제적인 시설 투자와 글로벌 인수합병(M&A),사업 다각화 등 공격적 경영이 힘을 더하며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다.
◇ 정유 4사, 3분기 영업익 사상 최대 2조원대 돌파 전망
지난 2분기 9000억원대로 급락한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미국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인한 정제마진율 향상에 힘입어 3분기에 사상 최대인 2조원대에 다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정제설비가 밀집해있는 텍사스 지역을 하비가 강타하면서 글로벌 정유사들의 공급이 차질을 빚었고,이는 정제마진 상승을 불러와 3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 가격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정유사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한국석유협회 관계자는 "3분기에 허리케인 하비 등의 영향에 따른 타이트한 글로벌 석유제품 수급상황으로 정제마진이 대폭 확대된데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해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펼쳐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4분기에도 타이트한 글로벌 수급여건이 지속돼 정유업계의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흑자 행진은 외부적 요인 외에도 선제적인 시설 투자와 글로벌 M&A 등으로 경쟁력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싸이클 산업 화학, 저유가·공급과잉 해소로 호황기
불황과 호황이 교대로 찾아오는 화학산업도 높은 실적을 이어가며 한국 경제를 견인해 가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저유가와 글로벌 업체들의 신증설이 주춤해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장기호황기를 맞았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조2천132억원의 영업이익과 1조7천8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영업이익 1조4천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16개 주요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롯데케미칼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대내외적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지만 4분기에도 원료가격 안정화와 우호적 수급 상황이 지속하면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윤활유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2.2% 증가한 9,636억원을 기록했다. 석유 부문은 영업이익 5,264억원, 화학은 3,260억원, 윤활유는 1,441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화학과 윤활유 사업만 놓고 보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화학·윤활유 사업의 3분기 누적 실적이 전년도 연간 실적을 넘어섰고,석유사업의 실적까지 대폭 개선됐다"며 "사업구조와 수익구조의 혁신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 고공행진…외부 요인에 공격 경영 주효, "신기술·신제품 개발 속도내야"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이 실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천재지변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 등 외부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선제적 시설투자와 글로벌 M&A등 공격적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저유가가 시작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설비 투자를 줄인 해외 석유화학업체들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선제적인 설비 증설을 이어갔다.
GS칼텍스도 2010년대 들어 중질유 분해시설을 확충해 국내 최대 고도화 처리 능력을 갖추는 등 시설 투자에 집중해 왔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에 차세대 연료인 바이오부탄올 공장을 올해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정유화학 업체들이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려 고부가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것도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LG화학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2014년 5100억원에서 지난해 6800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도 1조원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그 결과 LG화학이 생산하는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의 매출은 지난 2013년 2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실적 상승으로 연결시킨 대표적인 경우다. 롯데케미칼은 동남아시아 화학사인 타이탄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화학회사로 성장했다.롯데케미칼 타이탄은 최근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인수 7년 만에 기업가치를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사례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초기 적자에 시달렸지만 유럽 시장 수주가 늘면서 올 2분기 흑자 전환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1조원)보다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유와 화학산업이 최대 흑자를 이어가면서 조선과 자동차의 부진을 일정 부분 메워주고 있다"며 "하지만 화석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 정유화학 분야는 전자분야 등과 달리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협업을 통해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등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