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안봉근 두 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1억원씩 모두 40여억 원에 이르는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청와대가 시행한 총선 전 여론조사비용 5억원도 국정원 특활비에서 지급됐고, KBS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기사무마용으로 200만원이 제공됐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국정원 특활비'가 쌈짓돈처럼 이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왜 깜깜이 쌈짓돈이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했더니 그런 관행은 없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특활비도 항목이 있는데 그렇게 쓰면 안 된다"면서 "국정원 예산이 마치 떡고물처럼 이렇게 주물러도 되고 저렇게 주물러도 되는 것처럼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30년 넘게 재직한 전직 고위관계자도 "내가 볼때는 강도와 같은 짓"이라면서 "예전에도 그런 일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일회적이거나 특수한 경우에 그런 것이지 이번처럼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는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관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안봉근 이재만 두 비서관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별도로 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걸 관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정원 기조실장이 첩보영화처럼 007가방에 현금다발을 넣어서 청와대 주변을 빙빙 돌다가 도로에서 전달하는 방법을 보면 불법성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건데 이걸 관행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또 청와대 수석들에게 매월 500만원씩 제공했다는 것도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관행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검찰이 수사중이니까 지켜봐야 하겠지만 문고리 3인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렇게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내부의 분석은 돈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한 용도로 사용됐겠지만 돈의 배달처는 최순실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자기를 위해
돈을 집행해 주는 문고리 3인방이나 최순실이 갖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박 전 대통령에게 갔다는 거냐?
=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 일단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007가방이 직접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최종 수수자로 보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검찰관계자들에게 확인하니 박 전 대통령이 최종목적지가 아니냐?는 질문에 다들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문고리들이 돈가방을 받아서 바로 전달하는 구조가 아니라 그 돈으로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최순실 씨에게 전해졌더라도 그 용처가 옷값이라거나 약값이라거나 사적인 진료비 등으로 사용됐다면 최종목적지는 박 전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문고리 이재만.안봉근에게 특가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는데 앞으로 돈을 전달한 국정원장들은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은 국정원 수뇌부의 지시와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정부기관에서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사용하면서 아무렇게나 쓸 수 있도록 재량을 주거나 허술하게 관리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정원만 유독 그런 의혹을 받고 있다.
올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4930억원이다. 상당 부분 경직성 경비지만 국정원장 업무추진비는 딴 데 돌려쓰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취재해보니 대략 10%정도만 재량껏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명박 국정원'과 '박근혜 국정원'에서는 국정원 특활비가 극우단체 양성이나 청와대 지원, 심지어 선거관련 여론조사에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원 예산이 '깜깜이 쌈짓돈'으로 사용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가 '깜깜이 쌈짓돈'으로 사용된데는 예산통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의 세금인 예산이 사용되는데 전혀 통제가 안 된다는 거냐?
= 그렇다. 국정원 예산 통제는 절차상으로는 국정원 자체 통제와 감사원의 감사, 그리고 국회정보위의 예산심사와 결산심사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전혀 외부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받아도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게 국정원이다.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컴퓨터와 자료마저 조작하는 국정원이다.
감사원 전직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에 감사기능이 있지만 실제로는 감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국정원 예산에 대해 감사를 했던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평화의 댐' 논란이 빚어졌을 때라고 한다.
국회 정보위도 명목상 예산과 결산심사를 하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예산심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야당시절 국회정보위 간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특활비 예산이 어떻게 짜여있는지 그걸 알 수 있게 자료가 올라오지는 않는다. 전혀 모른다"면서 "전에도 문제가 됐을때 들여다 봤는데 현재의 예산 결산 시스템으로는 얼마인지 어디에다 사용했는지 그걸 전혀 알수도 없고 총액자체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공개된 특활비도 엄격하게 말하면 추산치"라면서 "그걸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내부적인 예산 통제장치가 있겠지만 제대로 통제가 안 되고 있다. 특히 외부 통제가 안 되고 있다"면서 "국회 정보위가 있고 감사원도 있는데 국정원 예산에 대해 터치를 거의 못한다"고 말했다.
= 지금의 제도나 시스템으로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국정원이 국정농단의 주축이고 핵심이었던 이유는 외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경민 의원은 "예산의 기획부터 편성, 결산까지 제도적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개선이 안 된다"면서 "예산심의를 지금처럼 해서는 도루묵이다. 미국은 하원이 1년내내 본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예산전문가들을 동원해서 틀을 다시짜야 한다"면서 "1년내내 예산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도 "국정원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면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부실건물을 제대로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구 위원장은 "적폐청산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예산문제를 보고 받고 제도적으로 예산 통제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다만 "기밀이라고 거부하면 거의 못한다"면서 "(국정원이) 제대로 보고할지는 모르겠다. 기밀이라고 해서..."라고 덧붙였다.
= 일각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추정인걸로 보인다.
'시크릿 파일 국정원'의 저자인 김당씨가(전 오마이뉴스 기자) 페이스북에 "김만복 원장은 기조실장 시절부터 오래된 관행이라며 청와대 지원을 부활해 정례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그러나 근거나 그런 건 없다.
이 글을 조선일보가 '만물상'이라는 코너에서 받았고 야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김만복 전 원장에 대한 조사를 주장한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단호하게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밝히면서 "때가되면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