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루시드폴은 마치 '해걸이'를 하는 나무처럼 2년 만에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루시드폴의 앨범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는 제주에서의 일상을 에세이와 사진으로 남겼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200페이지가 넘는 에세이집을 앨범과 엮어 판매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에세이를 내보라'는 제안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죠.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 겸연쩍었거든요. 다만 '음반의 형태'라면 내 볼 용의가 있었어요. 요즘처럼 음악을 쉽게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어딘가에 가서 음반을 구입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더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음반 사는 즐거움'을 위한 일, 그게 지난번에는 귤이었고 (미소) 이번에는 책이 된 거죠."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 루시드폴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하고 그 안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녹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1998년 인디밴드 미선이 멤버로 데뷔한 루시드폴이 녹음에서부터 믹싱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 루시드폴은 앨범을 준비하며 깨달은 바가 많다고 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평생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인디밴드 활동까지 치면 10장 가까이 앨범을 냈지만 녹음과 믹싱을 스스로 해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살게 되잖아요. 직접 해보면 조금 더 나은 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실천에 옮겼죠. 제 목소리가 어떤지를 직접 세세하게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걸 알게 되었고, 다음에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규 8집은 '엔지니어'로서의 첫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정규 8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에는 타이틀곡 '안녕,'을 비롯해 '은하철도의 밤', '폭풍의 언덕', '그 가을 숲속', '바다처럼 그렇게', '¿볼레로를 출까요?', '한없이 걷고 싶어라', '부활절', '밤의 오스티나토' 등 9곡이 실렸다. 여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소담한 위로를 전하는 뮤지션 루시드폴. 그가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창작물은 이번에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넬 것으로 보인다. "제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는 분들이 있다는 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반응에 집착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런 부분에 집착하면 제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일단 8집은 세상에 나갔으니 빨리 묻어 버리고 창작자로서 다른 작업을 시작해야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