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외교부는 31일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중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드 갈등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봉합하고 그보다 더 큰 가치인 한반도 평화 정착과 양국간 경제협력으로 관계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큰 그림을 그린 셈이다.
당시 양 정상은 다자회의에서 진행되는 양자회담은 짧게 진행한다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당초 40분으로 예정된 정상회담 시간을 훌쩍 넘겨 75분간 머리를 맞대고 사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박수현 대변인은 "두 정상이 긴밀한 유대와 신뢰관계 구축이 양국간 전략적 관계를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두 정상은 양국간 이견이 있는 부분(사드 배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고,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 소통하자는 데도 뜻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외교·안보라인은 첫 정상회담 직후부터 숨가쁘게 움직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정상간 합의에 따라 여러차례 외교 당국 간 교섭을 비롯한 한중간 소통이 있었다"며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드 문제 해결이 전제조건이라는 인식 하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일상적 방법이 아닌 정치적 타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최고 결정권자들과 소통하면서 신속하게 입장이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가 아닌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직접 나섰고, 중국 측에서는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가 카운터파트너가 됐다.
사드 문제 해결에 협상 역량을 집중한 양국 실무진들은 한·중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로 상대방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 정부는 성주에 설치된 사드 부대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드 추가 배치는 없고, 기존 사드 레이더 역시 제3국(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조건 등으로 중국에 명분을 줬다.
중국 정부와 본격적인 조율이 시작되면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관표 2차장은 수차례 중국을 오가면서 한·중간 입장을 직접 조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입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의외로 사드 문제가 수월하게 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사드 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드 배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한 순간에 뒤집으면서, 중국 최고 존엄인 시 주석이 격앙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북한 도발에 다른 사드배치 불가피성이라는 주권 개념을 강조하며 접근했다.
대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완화 방안과 관련해 향후 중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모든 문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전달했고, 이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신뢰할 만하다"는 중국 내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실무 협상 중 또 하나의 관건은 미국과의 입장 조율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과도 그동안 긴밀히 협의했다"며 "한·중간 협상 과정을 중간에 알려주고 동맹 간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이 없도록 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 복원이 자칫 기존의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상황관리를 했다는 얘기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줬고,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며 미국도 한국과 중국 협상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실무진들의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때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내조외교'도 빛을 발했다.
김 여사는 지난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부부와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미술가 치바이스(齊白石, 1860∼1957) 특별전을 관람했다.
이후 청와대에 추 대사 부부를 초청해 치바이스 작품 전집 도록을 선물받으면서 "두 나라의 좋은 관계를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의 치바이스 관람과 추 대사 초청 등 여러 성의를 보인 부분에 중국도 고맙게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