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꽉막힌 '위안부'…"해법은 中 품은 '힘의 규제'"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또 보류…"결국 외교력 싸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지난 8월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한 '기림일, 인권과 평화로 소녀를 기억하다' 전시회에서 남·북한 위안부 피해 신고자 수에 해당하는 500개의 작은 소녀상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일본의 조직적인 방해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또다시 보류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두고,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대등하게 견줄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발판으로 공동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간 저서·강연 등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힘써 온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31일 CBS노컷뉴스에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서 각국이 기부금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 국제주의의 본질"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 보류는 최근 유네스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던 미국 등이 탈퇴한 뒤 일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날 유네스코가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4년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분담금 납부를 연기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현재 유네스코 전체 분담금의 약 10%로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있다.

심용환 소장은 "일본 정부는 오랜 시간 동안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 온 나라"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1960년대 우리나라와 한일협정을 맺으면서 자금을 줬던 형태와 똑같이, 일본은 1950년대 동아시아 각국과 외교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자금을 줬다. 그런 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외교관계를 회복하면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하우를 다진 나라가 일본이다. 어떤 형태로든 자국 입장에 맞춰 문제에 개입하고 해결하려는 태도가 명확한 것이다."

◇ "중국과의 외교 마찰 해결 급선무…공동대응 협력 집중해야"


심 소장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문제를 두고 "중국과 일본의 외교력 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경우 박근혜 정권 시절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했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이러한 전례를 중요시 여기는 국제법은 결국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중국은 1960년대 이래 '위안부' 문제 등 전범국가로서 일본의 행태를 일관적으로 비판해 온 가장 큰 주체다."

실제로 중국은 유네스코의 이번 결과 발표를 접한 뒤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시사하며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재신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한 상황에서 중국이 분담금 비율을 높여 자국의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중국은 유네스코 전체 분담금의 약 8%를 부담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미묘한 외교 마찰을 빚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해결지점을 찾아 외교를 정상화시키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조직적인 전략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심 소장의 당부다.

그는 "동아시아 역사 갈등의 핵심은 전범국가 일본이고,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하는 현실에서 국제무대는 결국 힘의 규제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그 힘의 규제력은 결국 냉정하게 봤을 때 중국에게 있다. 중국과의 협조관계를 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의 전략을 막아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부터 민간단체까지 수십 년간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각축전이 벌어지는 국제무대에서 지금 정부가 관련 민간단체의 요구를 수용하고 보조를 맞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모으고 국가간 합의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도 지켜봐야 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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