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의장은, 청탁을 받고 네이버 스포츠 기사를 부당 편집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앞서 한 매체는 네이버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K리그 축구 기사를 부당 재배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네이버 경영을 총괄하는 한성숙 대표가 "내부 조사 결과 사실이 맞다"며 공식 사과하면서 그간 의혹만으로 남았던 네이버 뉴스 조작 논란이 증폭됐다.
"네이버를 언론으로 보느냐"는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 질의에 이 전 의장은 "네이버는 전통적인 언론은 아니다"라며 "뉴스를 생산치 않아 기존의 언론과 다른 개념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럼 새로운 언론기관이라는 얘기"라며 지적을 이어가자, 이 전 의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서 있었다.
민 의원은 네이버의 뉴스 편집권에 대해 "네이버가 언론의 지위를 장악하고 있기에 법적 책임과 규제를 받아야 한다"면서 "삼성, LG가 언론기능을 갖지 못하는 것과 같이 네이버도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진 위원장도 이 전 의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전 의장은 "아까 답변에 대해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저는) 기술과 해외사업 쪽일을 맡고 있다. 뉴스 부문도 중요하지만 식견이 부족해 잘하는 것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 부문은 네이버 창업 당시 야후라는 검색사이트가 있었고 야후와 같은 모델로 네이버를 만든 것"이라며 "네이버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더 잘 고민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네이버가 '언론 위의 언론'으로서 과도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에는 "뉴스 부문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는 못 한다"며 말을 아꼈다.
국감에 나오면서 논란이 된 뉴스 배치 조작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냐는 김성태 의원의 질책에는 "한 대표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외부 의견도 많이 들어야 하고 고민도 많이 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급하게 해답을 내놓기엔 쉽지 않은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뉴스 서비스를 앞으로도 직접 할지에 대해서는 "이미 뉴스 서비스의 제휴 언론사 선정이나 검색 관련 검증도 외부 위원회를 통해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술 플랫폼 기업인 만큼 가급적 외부에 놓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전 의장의 국정감사 출석과 별도로 "네이버의 '갑질행태' 및 '대국민 사기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할 필요가 있다"며 신상진 과방위원장에게 별도 청문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도 불리는 이 전 의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을 모색중인 이 전 의장은 지난 12일 과방위·19일 정무위 국감에 이어 이번에도 해외 출장 등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투자 대상 물색 등을 목적으로 유럽에 머물던 이 창업자는 이번 종합감사 출석을 위해 출장 일정을 조정했다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감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따라 창업자가 출석을 결정했다"며 "글로벌 사업도 중요하지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과방위 국감에는 이 전 의장 외에도 KT 황창규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 총괄 사장,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 IT(정보기술) 업계의 거물이 일제히 출석해 '역대 최대 IT 국감'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반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이번에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