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리허설에는 한국 동계올림픽의 전설 2명이 눈에 띄었다. 사상 첫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 김연아(27)와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50)다. 김연아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김 교수는 이번 행사의 성화 봉송자로 인수단에 함께 했다.
둘 모두 그리스가 처음이다. 동계 종목에서 활약해온 만큼 한 겨울 날씨가 영상권인 그리스와는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올림픽의 발상지, 뜻깊은 방문일 수밖에 없다. 특히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제 1회 올림픽이 시작된 뜻깊은 장소로 2004 아테네올림픽 때는 양궁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김연아는 리허설에 앞선 인터뷰에서 "그리스라는 나라도 처음인데 평창올림픽 관련한 행사에 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올림픽을 100여 일 앞두고 성화 봉송이 시작된다고 하니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된다"면서 "영광스럽게도 인수단에 함께 해서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선수 시절과 또 다른 느낌의 성화다. 김연아는 "선수 시절 토리노와 밴쿠버동계올림픽 때 성화 봉송을 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의 홍보대사로서 국제적인 행사에서 함께 해서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평창 홍보대사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김연아는 "선수로서 두 번의 올림픽을 했지만 선수일 때와 기분이 다르고 기대도 많이 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열려서 홍보대사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남은 기간 더욱 열심히 활동해서 평창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에서 김 교수는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한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5000m 계주까지 2관왕에 오른 김 교수는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1000m 2연패를 이루며 효자 종목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 현지 성화 봉송 중 평창 조직위에 인계를 해주는 그리스의 마지막 주자에 앞서 봉송에 나선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이 계절적으로 동계 종목을 하는 시간이 짧다"면서 "그런데 동계올림픽이 치러져서 선수로서 상당히 뜻깊고 대회가 잘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응원했다.
후배들에 대한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후배들이 얼마나 잘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정말 어려운 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선수들이 얼마나 잘 하느냐는 메달이 얼마나 나오느냐겠지만 그러나 선수들은 오랜 기간 피땀을 흘려왔다"면서 "본인 노력만큼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느냐, 또 만족도가 얼마나 높으냐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