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93일 동안 김 위원장의 경제 분야 활동이 한 차례도 없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반면 김정은은 지난 달 21일 자신 명의의 직접 성명을 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예상과 달리 핵 무력 완성을 위한 전략 도발은 아직 감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달 15일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화성 12형을 북태평양으로 쏜 이후 도발은 30일 기준으로 46일 째 멈춘 상황이다.
김정은이 갑작스럽게 민생 경제 현장을 챙기고 나선 것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대응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핵·경제 병진 노선 하에서 내부결속을 다지는 민생경제 챙기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의 핵심 주제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에 대해서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 조명균 장관은 30일 한 강연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에서 새로운 제재를 가했고, 그런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 효과로 북한은 연간 수출액 30억 달러 내외 중 거의 90%에 해당하는 품목이 제재의 영향을 받게 된다"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의 핵심 내용도 "이런 상황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대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장관은 특히 "북한이 1990년대 중반 김일성 사망 이후 식량난이다 해서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때보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빠질 수도 있겠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모처럼 꺼내자 이후 북한 매체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지금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그 무슨 초강경 제재로 우리 인민의 힘찬 진군을 가로막아보려고 발악하고 있지만, 그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바라는 허황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격동적인 (북한의) 현실은 자력갱생의 힘은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보다 더 강하고 최후 승리는 조선 인민의 것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북한 스스로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일정한 타격을 주고 있고, 앞으로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중국 상무부가 지난 달 28일 유엔 안보리 제재를 근거로 자국 내 북한이 설립한 기업들에 대해 120일 안에 철수할 것을 통보함에 따라, 중국내 북한 식당 등 북한 기업의 중국 철수 행렬이 본격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런 요구에 대응해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중국에 있는 모든 노동자와 식당 복무원(종업원)들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보도한 바 있다.
반대 상황도 있다. 북중 양국이 북한 나진선봉 특구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장들에서는 중국 기업의 북한 철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 당국이 주도하는 석탄 수산물 섬유 등의 수출을 막아 통치자금의 유입을 차단함에 따라 장마당에 의존하는 북한 주민에는 일단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제재가 장기적으로 진행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영향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균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앞으로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어떤 식으로 이를 받아들일까, 가만히 있을까, 김정은은 핵과 경제를 병진해서 성장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어떤 선택을 할까를 저희가 관심 있게 볼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