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방해'…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더이상 압수수색 못해… 기자회견 열겠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2013년 '댓글사건' 수사방해를 주도한 국정원 '현안 TF'에 포함된 현직 검사장 등 검사 3명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에따라 검찰이 다시 한번 충격에 빠져들었다.

대검찰청 국감이 이뤄진 이날 국정원 수사팀은 장호중 부산지검장 등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수사팀은 부산지검장실에 올라가 장 지검장으로부터 휴대폰을 전광석화처럼 압수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

장 지검장은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 사실상 직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법무부는 장 지검장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법무연수원 등으로 전보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부산지검 검사와 직원들도 압수수색에 깜짝 놀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수사 중인 검사들은 과거의 잘못된 일들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지검장 등은 국정원 파견 당시인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 등을 마련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이었던 장 지검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동선을 관리하면서 가짜로 꾸며둔 심리전단실로 검찰 수사팀을 유인해 미리 조작해둔 서류들만 건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석열 "더이상 못하겠습니다. 가서 기자회견 하겠습니다" 반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그렇다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팀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2013년 4월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당시 팀장 윤석열)은 30일 오전 8시 50분께부터 국정원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윤석열 팀장과 박형철 부장검사 등 25명이 동원됐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순탄치 않았다.

수사팀은 미니버스를 타고 국정원에 들어가 3차장 산하의 심리정보국 등을 중심으로 국정원 내부의 지시·보고 문건과 내부 인트라넷, 컴퓨터 서버 등과 관련한 일부 제한된 자료만을 확보했다.

국정원측은 형식적으로 일부 자료만 건네줬을 뿐 수사팀이 원하는 자료를 건네주지 않고 완강히 버텼다.

당시 윤석열 팀장은 국정원측과 내내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윤팀장은 특히 옛 심리정보국 사무실뿐만 아니라 댓글 작업을 벌인 직원들이 지시·보고 문건을 지휘부와 주고받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메인서버'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따라 저녁 무렵부터는 양측이 대치상태로 돌입했다.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그날 수사팀이 국정원으로부터 사무실 안내를 받아 갔는데 국정원측이 더이상 압수수색은 어렵다고 버티는 바람에 1차 압수수색을 하고 더이상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런 대치가 밤 10시까지 계속됐고 윤석열 팀장은 대검에 전화를 걸어 '더이상 못하겠습니다. 다 때려치고 돌아가겠습니다. 가서 기자회견을 하겠습니다'라고 보고를 올렸다"고 밝혔다.

대검 지휘부는 이에 대해 "좀 더 설득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결국 그로부터 두어시간 더 대치를 벌이다가 사실상 '빈손'으로 국정원을 떠나야 했다.

◇ 검찰 내부 "정말 검사들이 '위장 사무실' 주도한거냐" 큰 관심

국정원 수사팀이 부산지검장 등 당시 파견검사와 국정원 전직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자 검찰 내부에서도 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들의 행동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파견 검사는 국정원 직원이기에 앞서 '법률가'인데 '설마 위장 사무실까지 만들어놓고 허위증언을 하도록 시켰겠냐"며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다른 검사는 "현직 검사장까지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것을 보면 혐의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이 아니냐"며 "만약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댓글 수사를 방해했다면 법률가의 양심은 저버린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모든 책임을 당시 파견검사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이 댓글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했던 일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국정원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경우 예외적으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형사소송법 제 111조 규정을 앞세워 댓글 수사에 완강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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