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세 노모 "이런 세상 볼 수 있어 꿈같다"
- 그 겨울, 따뜻하고 행복했던 '광장'
- 일생에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경험
<차벽 꽃 스티커 이강훈 씨>
- 시민·경찰 사이 긴장감, 꽃으로 녹여
- 아이들 손에 꽃스티커, 제일 인상적
- 투표 독려 포스터 등 '소셜아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촛불집회 최다 참여자 이민주 씨, 차벽 꽃 스티커 이강훈 씨
◆ 이민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얼마나 평범한 시민이신가 자기소개를 직접 해 주시죠.
◇ 김현정> 딸 둘 있는 평범한 직장인. 진짜 평범한 시민 맞으시네요.
◆ 이민주> 네.
◇ 김현정> 제가 최다 참가자라고 소개를 했는데 몇 번 참가하셨던 거죠?
◆ 이민주> 주변 분들이 세주셨어요, 127번이라고 그러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촛불집회는 20주 동안 열렸는데 어떻게 127회를 가셨어요?
◆ 이민주> 매일매일 다녔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주말 촛불집회는 23회였지만 사실은 매일매일 사람 수는 적었지만 있었거든요. 퇴근하고 가신 거예요, 평일에?
◆ 이민주> 네.
◇ 김현정> 대단하십니다. 그게 첫 시작이 10월 29일이었는데 그 첫 번째 촛불집회도 가셨어요?
◆ 이민주> 그럼요. 그전부터 갔었어요, 바로 전에 평일에도 갔었어요.
◇ 김현정> 그 첫 번째 주말 촛불집회, 대대적인 촛불집회를 참여하면서 이게 그렇게 오래 갈 거라고 예상하셨습니까?
◆ 이민주> 그때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어요. 그냥 막막해서 나갔었어요. 이게 돌아가는 상황이 말도 안 되게 돌아갔기 때문에 어디 울분을 표출할 수 없었고 정말 이게 나라냐 이런 생각에 너무 막막했어요.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김현정> 떠올려보면 그 많은 기간 동안 여러 가지 기억나는 장면들 고비 고비가 있을 텐데 제일 기억나는 장면은 어떤 거세요?
◆ 이민주> 어린아이가 목에 팻말을 들고 여기 따뜻한 차 있어요라고 돌아다녔어요. 엄마는 뒤에서 커다란 주전자 가지고 종이컵이랑 같이 가지고 다니면서 앉아 있는 사람들 나눠주고. 몽글몽글한 게 너무너무 많죠. 그런 얘기하면 눈물 날 정도로.
◇ 김현정> 그러니까 팔러 다닌 게 아니라 그냥 나눠주러 다닌... 지난 겨울에 유독 춥지 않았습니까?
◆ 이민주> 엄청 추웠죠. 너무 추웠어요, 정말.
◇ 김현정> 내복 몇 개나 껴입고 가셨어요?
◆ 이민주> 내복... 외투를 2개씩 입고 다닐 때도 있었어요.
◇ 김현정> 코트도. 내복만으로는 안 돼서.
◆ 이민주> 그럼요.
◇ 김현정> 정말 추웠습니다. 그때 우리가 따뜻하게 견딜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체온 그리고 뭔가 똑같은 것을 희망한다는 그 열정, 열망. 이런 것들이 몸을 녹였던 것 같아요.
◆ 이민주> 맞아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이민주>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어요, 광장에 나가면.
◇ 김현정> 오히려. 희망이 보이니까. 이민주 씨는 제가 그 당시 연결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든의 친정어머님도 모시고 나간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어머님 건강하세요, 안녕하세요?
◆ 이민주> 네, 아주 건강하시고 요즘도 바삐 열심히 공부도 하시고.
◇ 김현정> 촛불이 1주년 됐다 이거 알고는 뭐라고 그러세요?
◆ 이민주> 꿈같다고 그러시죠.
◇ 김현정> 꿈같다?
◆ 이민주> 네.
◇ 김현정> 왜 그러실까요?
◆ 이민주> 앞으로 살 만한 세상이 되겠구나. 이런 세상도 내가 보고 내 일생을 마치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 이민주> 많이 달라졌죠. 제 목소리도 굉장히 좀 좋아 보이지 않아요?
◇ 김현정> 목소리가 굉장히 윤기가 흐르세요, 지금.
◆ 이민주> 맞아요.
◇ 김현정> 왜 그런 거예요?
◆ 이민주> 그전에는 무기력하고 좀 시큰둥했었거든요. 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뭔가가 조금은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긍정적이고 활기찬 생활로 바뀌었어요. 제 일생에 이런 경험해서 너무너무 행복해요. 아이들하고 남편하고도 자주 이야기를 해요. 이런 걸 보는 것 자체가 역사상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느냐고.
◇ 김현정> 아니, 그 후에 혹시 또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현장으로 가기도 하세요, 종종?
◆ 이민주> 이제는 가죠. 그 전에는 안 갔었어요.
◇ 김현정> 어디어디 가셨어요?
◆ 이민주> 요즘 KBS, MBC 언론노조.
◇ 김현정> 그 현장도?
◆ 이민주> 파업 현장에. 그거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정말 국민들이 언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친구들 데리고 다 제가 막 공범자들 보러 가자 그래서.
◇ 김현정> 이번에는 친구들을 포섭해서 다니시는군요.
◆ 이민주> 네.
◇ 김현정> 그래요. 이민주 씨. 사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랏일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도 있는데 나랏일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의사표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참 제가 여러 시민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리고요. 계속 그 열정 잃지 않고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 이민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이민주>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지난 겨울 촛불집회 최다 참가자였습니다. 시민 이민주 씨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어서 촛불집회 떠올리면 아마 이 장면 기억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시민들을 막아서고 있는 거대한 차벽이 있었는데, 경찰 차벽. 이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이던. 차벽을 꽃벽으로 뒤덮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미술가가 있었습니다. 기억하시죠? 저희 뉴스쇼와도 인터뷰를 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그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만나보죠. 차벽을 꽃벽으로의 이강훈 작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강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이강훈>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이강훈> 별다른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별다른 일 없이 잘 지내고 계세요. 그 평범한 일상이 가장 좋죠.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신 건데 1년 지났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 김현정> 벌써 1년.
◆ 이강훈> 그런데 뭐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서 고생을 그렇게 하고 보람 있으니까 굉장히 좋죠.
◇ 김현정> 그래요. 특히 우리 작가님은 작년 이맘때였어요. 경찰 차벽에다가 꽃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 그러니까 이게 작가 혼자 막 붙인 게 아니라 시민들한테 그 스티커를 주면서 붙이십시오. 시민들이 다 달라붙어서 그 삭막한 차벽을 꽃벽으로 만드는 퍼포먼스를 한 것 때문에 굉장한 화제가 됐었고 저랑 인터뷰도 하셨어요, 작가님. 그랬어요.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꽃벽 퍼포먼스를 시작하셨던 거죠?
◆ 이강훈> 2차 집회 때부터 참석을 하면서 경찰이랑 시민들이 차벽을 사이에 두고 계속 조금 아슬아슬한 광경들이 자주 펼쳐졌었는데 그걸 보면서 뭔가 폭력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기면서 그걸 바꿀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런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죠.
◇ 김현정> 맞아요. 그때 그 사진 장면이 저는 아직도 생생해요. 아이들까지 차벽에다가 꽃을 붙이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툼이 일어나겠습니까? 어떻게 폭력이 벌어지겠습니까? 그 기조가 끝까지 간 거 아니에요.
◆ 이강훈> 네, 그렇죠. 그렇게 평화적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던 데 조금의 일조를 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많은 시민들 중에 혹시 작가의 눈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일까요?
◆ 이강훈> 어린아이들이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차벽 앞으로 가서 직접 손에 든 스티커를 붙이는 장면들은 볼 때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아이들이 당장은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내가 그때 그 자리에서 이걸 했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굉장히 그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나중에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머뭇거리고 또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나중에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스티커를 받아들면 바로 차벽으로 가서 붙이고 하는 장면이 저는 그게 굉장히 보람 있었죠.
◇ 김현정> 뭉클뭉클 하셨겠는데요, 그럴 때는. 그렇죠?
◆ 이강훈> 그렇죠.
◇ 김현정> 아까 별일 없이 평화롭게 평범하게 지냅니다 그러셨는데 보니까 아주 평범하신 거 아니고 지금 꽃벽 퍼포먼스, 그 꽃벽 퍼포먼스가 계기가 돼서 영향을 받으셨다면서요.
◆ 이강훈> 물론이죠. 퍼블릭아트, 소셜아트.
◇ 김현정> 퍼블릭아트, 소셜아트. 어떤 거 하세요, 예를 들어서?
◆ 이강훈> 지난번에 대선 전에는 투표 독려 포스터를 만들어서 또 뿌렸어요. 최근에는 제주시의 아라동이라는 곳에서 거기 어린이들과 함께 낙서를 테마로 해서 작업을 했었어요.
◇ 김현정> 낙서는 왜요?
◆ 이강훈> 꽃벽이랑 비슷한 맥락인데요. 낙서라는 것도 사실 굉장히 당연하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디 공공장소에서 낙서를 하는 것은 당연히 또.
◇ 김현정> 큰일 나죠, 그렇게 하면. 얼른 달려가서 말리죠.
◆ 이강훈> 그걸 직접 한번 해 볼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을 해 봤어요, 자유롭게. 처음에는 애들도 굉장히 머뭇머뭇했었는데 나중에는 굉장히 신나게 낙서를 했어요. 당분간 그런 작업들을 조금 더 고민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조금 전에 만난 시민 이민주 씨, 평범한 시민 이민주 씨도 그렇고 이강훈 작가도 그렇고 이 촛불의 경험이 삶을 참 많이 바꿔놨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강훈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작업 많이 해 주시고요. 우리 사회가 더 아름다워지는 데 더 희망차지는 데 계속 일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강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꽃벽 퍼포먼스를 벌였던 그 작가 이강훈 씨까지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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