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현지시간 25일 미국외교협회가 주최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반대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현재 한국 정부의 주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며 북핵 해법으로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한국의 현 정부가 미적거리고 있는 사드배치 문제를 국민과 함께 적극적으로 압박해 나가려 한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이 가입하도록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미국 발언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국민적 저항의 결과로 권좌에서 밀려난 박근혜 정부를 대신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부를 구시대적인 색깔론에 기초해 협소하게 바라본 것이다.
국내에서는 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일 수 있지만 세계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에서 정부의 성격을 친북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국격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을 북한이 아닌 친북 좌파에 의한 한미동맹 균열로 본 것도 충격적이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가입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도록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 MD체제에 우리나라가 가입할 경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제보복과 한한령(限韓令) 등을 계속 펴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를 더욱 더 악화시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MD체제에의 편입은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던 사안이다.
홍 대표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이라고는 하지만 국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 초강대국을 찾아가 자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국내 정치권에서 처럼 툭툭 던지듯이 발언하는 것은 제1 야당 대표답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표가 외국에 가서 벌인 일이 현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고 외교적 혼선, 한미동맹 균열을 부추긴 것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며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는데, 틀린 말이 아닌 모양"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택한 합법적인 정부를 ‘친북좌파세력’ 운운하는 홍 대표의 발언은 이념정쟁에 찌든 수구보수의 수준을 보여줄 뿐이며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홍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서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사드배치에 대한 의견을 밝혔던 것과 비교된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을 '조공외교', '낯뜨거운 저자세 외교', '사대외교'라고 비판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홍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면서 정부를 비판한 것 역시 사대.조공외교이자 낯뜨거운 저자세 외교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 대표가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미국 조야에 제기했지만 미국 정부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술핵재배치 요구가 '우물안 개구리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홍 대표가 참석한 미국외교협회 간담회에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스탠리 로스는 "전술핵 재비치에는 효용성이 없다"고 단언했고, '아시아의 잠재 핵보유국' 저자인 마크 피츠패트릭 핵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장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