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4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워싱턴 동포간담회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구한말 고종황제 같았다"고 비판했다.
또 다음날인 25일에는 미국외교협회(CFR)에서 한반도 전문가들을 앉혀놓고서는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어진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도 예의 '고종 발언'이 다시 입길에 올랐고, 자신의 전술핵 재배치 논리를 반박한 갈루치 전 대사를 일러 "갈치인지 갈루치인지…"라며 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특파원들을 향해서도, 특정 언론사들을 지칭하며 "종일 편파방송만 한다"고 농반진반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손석희 JTBC 사장에게 '작가가 써준 것만 읽는다'고 생방송 도중에 핀잔을 줄 정도로, 사실 그의 언론 핀잔주기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상대당을 '루저'라고 공격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는 '꼬마', '로켓맨' 등 각종 별명을 붙여 비아냥대는 모습도 닮았다. 그가 '국격 추락' 비판을 받는 것도 우연의 일치인지, 트럼프 대통령도 며칠 전 언행이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사실 막말은 듣기 불편하다. 하지만 맞장구 치는 이에게는 속 시원한 소리다. 결국 막말의 지향점은 그 말에 통쾌한 사람들, 즉 지지자들에 맞닿아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며 트윗 글은 무례하고 비이성적이지만 적어도 지지자들을 향한 일관성이 있다.
공장이 해외로 떠나버리는 바람에, 기후변화 정책으로 탄광이 문 닫는 바람에…이런저런 이유로 살림이 팍팍해진, 그러나 워싱턴 정가가 그동안 내팽개쳤던 이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웃에 무슬림들이 늘어나고, 스페인어를 쓰는 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늘어나지만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미명 하에 말도 못하고 부글부글하고 있는 보수 백인들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굴지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 또 뉴욕 증시가 상종가를 치면 꼬박꼬박 트위터에 챙긴다. '땡큐 삼성' 트위터 한마디에 삼성도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 하니 지지자들은 흥이 난다. '올바른 척'하는 속물 정치인들을 마구 발가벗기니 통쾌하다.
그래서 트럼프의 막말과 막말의 통로인 트위터는 철저히 국내용, 지지자용이다. 아직도 미국 12개 주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50%를 넘는다.
한 가지만 사족을 덧붙이자면, 홍준표 대표는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안 되면 남은 카드는 자체 핵무장 밖에 없다는 논리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홍 대표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도 괜찮다는 것이다. 요지는 한국과 일본을 핵무장시켜 북한을 견제하고 대신,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을 빼서 국방비를 아끼겠다는 얘기였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일관성있는 철저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철수 논의와 연결된다.
친북좌파 세력에 의한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한다는 그가 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주한미군의 철수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는 이율배반. 바로 그것이 아직은 트럼프와 홍트럼프의 막말이 다른 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