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 전 사전합의, 전혀 없었다
- 하의 추행 여부, 법원도 사실관계 인정
- 10여년 경력, 연기-실제 구분 못하겠나
- "예술이란 이름으로 범죄 용인 말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
◆ 정슬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실은 여배우분이 직접 나와서 발언을 할 거다 이런 전망들도 있었는데. 왜냐하면 남성배우 측에서는 이미 실명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그런데 결국은 안 나오는 쪽을 선택하셨네요?
◆ 정슬아> 우선 당일 직전까지도 나오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지금 피해자 분에 대한 악의적 공격들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 얼굴을 보이고 말씀을 나누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결국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보호차원에서. 본인은 나가고도 싶어하셨어요?
◆ 정슬아> 네, 그러셨어요.
◇ 김현정> 본인은.
◆ 정슬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사에 댓글을 봤을 때는 피해자분을 공격하는 악의적인 내용들이 많다 보니까 제가 보기에는...
◇ 김현정> 공대위에서 참으십시오 이렇게 말씀하셨군요.
◆ 정슬아> 저희가 나오셔라, 나오지 마시라는 어떤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고요. 본인이 여러 가지를 고민하시면서 결정을 하시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까 말씀드린 대로 1심은 남자배우 무죄, 2심은 남자배우 유죄가 났고 이제 대법원으로 가는데, 오늘 시간이 길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그 핵심쟁점에 대한 답변을 좀 듣고 싶습니다. 핵심쟁점 두 가지예요. 첫 번째. 여배우의 상의와 상체 속옷을 찢는 것. 이게 정말 감독의 지시였고 여배우도 알고 있었느냐. 왜냐하면 남배우 측에서는 합의가 다 된 거다 이런 주장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여배우 측 입장은 뭡니까?
◇ 김현정> 브래지어 말고 상의 찢는 것도 전혀 합의가 안 되어 있었어요?
◆ 정슬아> 네. 여벌 의상이 없었으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남배우 측에서는 여배우도 그 상의 찢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가서 잘 찢어지는 재질로 바꿔입고 나왔다, 이게 지금 합의가 됐다는 걸 증명하는 거다 얘기하던데요?
◆ 정슬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등에 있는 멍 분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옷이 찢어지지 않고도 등이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잖아요.
◇ 김현정> 멍을 보여주기 위해서?
◆ 정슬아> 네. 그랬기 때문에 등쪽에 있는 분장을 하고 있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 정도로만 진행하기로 상체 중심의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인데 그게 아니고 하체에 대한 어떤 폭력이 있었었던 거고 그걸 증명하는 거는 바지와 관련돼서 나타나는 부분도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러면 상의하고 속옷 찢는 것 감독이 지시하고 합의됐다는 부분. 이건 결국 감독 입장이 중요할 텐데 감독님은 뭐라고 하세요?
◆ 정슬아>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얘기하신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직접적으로 어떤 컨택을 하고 있거나 연락을 하는 건 아니어서요. 말씀하시겠죠.
◇ 김현정>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라는 건 저도 읽어봤습니다마는 거기에도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없더라고요. 그냥 남배우 인터뷰에 대해서 실망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남배우가. 이렇게 말씀은 하셨는데 내가 여배우 측과 얘기를 했다, 말았다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워딩은 없더라고요. 그런데 여배우 측에서도 감독님하고 얘기 안 해 보셨어요?
◆ 정슬아>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성 배우분이 알고 있는 연기장면의 내용과 남자배우가 알고 있었던, 그 피고인이 알고 있었던 내용이 달랐었다는 그 지점에 있고.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법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 메이킹 필름에도 찢어버려라, 거칠게 해라. 이런 걸 감독이 지시하는 장면이 있기는 있던데 이건 여배우는 못 들은 겁니까?
◆ 정슬아> 못 들은 상황인 거죠.
◇ 김현정> 못 들은 거다, 합의가 안 됐다.
◆ 정슬아> 그래서 지금 핵심적으로 이야기해야 되는 것은 이 사실관계의 진위 여부, 진실공방 이런 말들이라기보다는 노출 연기가 있었을 때 통상적으로 사전 합의를 하고 출연하는 배우들이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거고, 그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일어나게 된 거라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구조적인 문제도 분명히 깔려 있는 거예요. 지금 이 사건이 벌어진 데는.
◆ 정슬아> 실제 연기나 연출 이런 관행적으로 용인되어왔던 분위기가 있었고 가해행위가 있고 혹은 피해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문제제기를 했을 경우에 이 영화현장에서 떠날 것을 마음먹지 않고서는 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피해자 분께서도 문제제기를 하시게 된 이유가 본인뿐만 아니라 지금 이 비슷한 일을 겪고 계신 분들이 용기를 내고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인권은 보호받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입지 말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함께하기 위해서 나서주신 거고, 그건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하신 말씀 다 맞습니다마는 문제는 남자배우 측이 그 상황에서 억울하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고 모함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관계 파악을 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두 번째 사실관계의 핵심쟁점은 콘티조차 없는 부분, 즉 하의 속으로 손을 넣어서 추행을 했느냐 안 했느냐. 남배우는 '난 그런 일 한 적이 없다. 증거도 증인도 없는데 왜 모함하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여성배우 측 입장은 어떤가요?
◆ 정슬아> 우선은 문제 상황이 있고 나서 바로 문제제기를 피해자분이 하시면서 상황에 대해서 지금 피해 입은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을 때 그 피고인 측에서도 부인하지 않았었거든요.
◇ 김현정> 그 촬영이 있은 직후에 이 하의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어요, 여성배우가?
◆ 정슬아> 그렇습니다. 문제제기를 했을때 본인이 연기에 몰입해서 그런거다라는 말을 했지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문에서 얘기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때 인정하지 않았느냐. 지금 그러니까 말을 바꾼 거란 말씀이시군요, 그 하의 부분에 대해서, 손 넣은 부분에 대해서는.
◆ 정슬아> 실제 이 건뿐만 아니라 성폭력 사건에서 어떠한 증거들을 갖고 사건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일관되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것도 유의미한 아주 중요한 증거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성폭력 사건에서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는 피해자분이 더 강력한 저항을 해야 된다고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기는 되게 어렵거든요.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 게 뭐냐 하면, 이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 아니라 영화 촬영 중에 벌어진 것 아니냐. 즉 특히 남자배우가 무죄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요. 이게 다른 장면이면 모르겠는데 장면 자체가 겁탈 당하는 장면이었다. 여성배우가 진짜로 겁탈 당한 것처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건 남자배우가 정말 연기를 그렇게 잘했다는 뜻 아니겠느냐. 이런 식이 된다면 앞으로 연기파 배우들은 그런 장면을 아예 못 찍는 거 아니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슬아> 연기와 연기를 빙자한 추행은 분명히 다르다는 말씀을 다시금 드리고 싶고요. 연기에 몰입해서 연기를 직접 한 것처럼 피해자분도 연기경력이 굉장히 오래된 전문가이고.
◇ 김현정> 10년 정도 되셨다고요?
◆ 정슬아> 네. 그렇죠. 직접적으로 실제 폭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둘 다 중요한 전문가로서의 연기력을 갖고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수위의 신체적인 접촉, 시도와 추행을 하면서까지 그것이 연기였다라고 말을 하는 것은 연기라는 이름으로 어떤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그건 배역에 몰입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 용서해야 된다. 그거는 연기력을 아주 돋보이게 한 거다라고 하는 말과 다르지 않는데. 그건 예술,연기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용인하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용인하는 선까지 가서는 안 되는데 지금 이건 합의를 넘어서 즉 범죄 수준까지 간 거다. 그걸 구분 못할 배우가 아니다, 여배우가. 그 말씀이세요.
◆ 정슬아>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정슬아> 실제 배우들이 갖춰야 되는 소양이 어떤 범죄, 어떤 폭력을 당하더라도 침묵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현정> 물론이죠.
◆ 정슬아> 연기와 촬영과정이라는 것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일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거기서 침해당하지 않아야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그 폭력의 문제를 다 같이 해결해 보자라는 것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국장님, 지금 시간이 별로 없는데 제가 여배우를 인터뷰를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여배우의 심리상태랄까 심경이 어떤지 짧게 좀 들어야 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세요.
◆ 정슬아> 우선은 본인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실 수 없는 상황. 지금 이 분위기에 대해서 많이 속상해하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피해에 공감하고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이야기하기 보다는 가해행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데요.
◇ 김현정>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으세요?
◆ 정슬아>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연기를 포기하거나 생활적으로 유지를 못하기 보다는 계속 목소리를 내고 함께 영화계의 성폭력 문제, 연기자로서 침해받지 않아야 되는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하시고 싸워나가시고자 마음을 다지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남배우 측 인터뷰도 해 달라는 주문 많이 들어오는데요. 저희가 그쪽에도 요청을 해 놨습니다마는 나서겠다는 입장은 아직 듣지 못해서 지면 인터뷰를 하나 한 것으로 남자배우 측은 입장을 저희가 대신 전했습니다. 정슬아 사무국장님, 고맙습니다.
◆ 정슬아>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정슬아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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