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위, '마티즈'사건 임 과장 '자살'로 판단

"RCS(컴퓨터,스마트폰 감청)로 내국인 사찰은 안해"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된 빨간색 마티즈 차량.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이 RCS(컴퓨터와 스마트폰 도·감청)를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해 내국인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찰을 목적으로 내국인의 휴대전화나 PC를 도·감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3일 "RCS 도·감청 대상자에 내국인 4명이 포함돼 목적을 조사한 결과 해외 거주 북한 연계(2명), 테러 연계 혐의(1명), 국제범죄 연계(1명)으로, 사찰 목적의 내국인에 대한 도·감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소위 'RCS 사건'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몰래 들여다 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국정원이 구입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간인 사찰에 이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일이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RCS서버에서 발견된 국내 휴대폰 번호 21개를 조사한 결과, 성능 검증을 목적으로 국정원 소유· 직원· 직원가족 명의 14개가 개설됐다.

나머지 7개는 국내 거주중인 한국 국적 귀화자(1명), 외국인국적자(6명)의 전화번호로 대북·대테러·국제범죄조직 정보 수집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찰성 도·감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RCS 도입과정에서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됐으나, 개입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위는 RCS를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2015년 유서를 남기고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의 변사사건에 대해서는 '자살'로 판단했다

당시 RCS 운용 실무자인 임 과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타살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임 과장의 유가족은 최근에도 임 과장의 얼굴에 났던 상처를 언급하며 타살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개혁위는 "경찰 변사사건 기록, 사망 전 행적, 관련자 진술, 휴대전화 내역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자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는 임 과장이 사망 전날 가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사망 당일 새벽에 휴대전화로 '번개탄 자살법', '고통 없이 죽는 법' 등 자살 관련 내용을 21회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발견된 유서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 감정 결과 평소 아내와 자녀에게 썼던 편지의 필적과 일치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자살 원인과 관련해서는 심리적 중압감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에서 국정원의 RCS를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이 확산되자, 임 과장은 부실한 관리기록과 기억을 통해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에 대한 현장 방문이 결정됐고, 임 과장은 서버 로그 기록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국내 IP를 삭제했다. 국내 IP발견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 과정에서 "임 과장이 'RCS 도입·운용 실무자로 언론 등의 의혹제기에 억울함과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책임감을 느끼던 중, 현장공개 방침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IP에 대한 소명이 어려지는 상황이 중첩되면서 심적 중압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봤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 자체적으로 정치개입,민간인 사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이버정보 수집시 관리 감독 강화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국정원 직무수행과정에서 특정 개인에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임 과장은 2015년 7월 1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야산 중턱의 마티즈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 됐다. 당시 차량 안에서 '이번 사건은 민간인 사찰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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