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수통합은 왜, 무엇 때문에 하는 건가. 제대로 된 보수를 하기 위해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 자강파에게 주도적으로 접촉하고, 바른정당 내에서도 이 같은 '중도 개혁 세력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자 유 의원이 직접 발언대에 나선 것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통합에는 반대하며, '개혁보수'라는 가치를 중심에 놓고 통합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이 가고자 하는 이 개혁보수의 길을 같이 가겠다면, 누구든, 언제든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져서 그저 숫자와 세력을 불리기 위한 셈법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일단 바른정당과의 '중도 통합'을 염두에 두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유 의원은 한국당 내 개혁세력까지 포함시키는 등 '중도 보수 통합'으로 논의를 확장시킨 바 있다.
유 의원은 또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문제와 관련, "햇볕정책과 지역주의 문제는 선행 합의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보관과 관련된 국민의당 내 '교통정리'와 지역주의 탈피를 통합의 조건으로 내세운 셈이다.
이날 유 의원이 발표한 입장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결국 개혁보수 세력 중심으로 통합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저는 보수 정치인"이라며 "건강한 보수를 제대로 못했기에 보수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이 보시기에 마치 보수란 기득권이나 지키는 수구가 돼 버린 것이다. 진정한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 바로 개혁보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길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뜻이 있는 길이며, 당장은 불확실해 보여도 반드시 꽃을 피울 옳은 길"이라며 "저와 바른정당은 이 길을 굳건히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불안하고 무능한 좌파도, 낡고 부패한 수구보수도 아닌 새로운 개혁보수, 미래를 꿈꾸는 보수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간다면 많은 국민들께서 동참해 주실 것"이라며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신념과 결기를 갖고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를 끝까지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개혁보수 가치 중심의 '중도 보수 통합론'을 띄우면서 여론조사 등에 기반한 '세 불리기식' 급속한 통합논의는 잠시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안 대표와의 회동 계획에 대해서도 "당장 만날 계획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격적인 통합설을 견제했다.
바른정당 내 자강파들 사이에서 통합과 관련된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1월13일 전당대회 전 빠른 통합 가능성은 낮으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뒤 바른정당이 중심을 잡고 '중도 보수 통합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때문에 일단 국정감사 이후 국민의당과의 정책 연대로 시작해 전대 후 지방선거 연대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편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는 "그분(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국당에서 출당되는 게 바른정당을 탈당할 명분이라고 생각한다. 바른정당 창당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분이기에 저와는 생각 차가 매우 크다"고 했다.
나아가 "저는 제가 갈 길이 있고, 그분은 그분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김 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정치적 결합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을 추진하는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도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전직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대선에서 표를 받은 사람들이 이제와서 전직 대통령 출당을 보수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약아빠진 사람들이 보수 지도자로 있으면 국민들께서 지지를 안 해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