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조사 결과 19%의 차가 나면서 탈원전 정책에 힘이 빠진건 분명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확고한 만큼, 노후 원전의 조기 폐로(廢爐) 등 탈원전 정책 추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론화위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존중한다고 강조했던 정부와 여권은 이같은 결과를 예상한 듯 신고리 5·6호기 공사와 탈원전 정책 추진은 별개란 점을 최근 강조해왔다.
민주당은 16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재개된다고 해도 탈원전 시점이 조금 미뤄지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탈원전 정책은 앞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2일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작업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당초 정부와 여권은 여론조사가 팽팽한 상황에서 지역 민심과 산업계 손실을 무시한 채 건설 중단을 밀어붙이긴 어려웠다.
지난해 6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결정할 당시 정부는 "약 3조9,000억원의 지역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되며 국내 조선업 분야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남권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지역인 울주군 서생면 일대 주민들이 계속 건설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공론화위가 건설 백지화 결정을 내리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건설 백지화가 결정되면 항의 차원에서 서생면 일대의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폐쇄운동에 나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사 등 산업계 또한 손실 보상 방안을 두고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은 물론 진영 논리 확산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긴 쉽지않다.
결국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가 결정됨에 따라 24일 국무회의에서는 '보다 안전한 새 원전을 짓고 노후 원전은 조기 폐로(廢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 폐로된 데 이어 2023년 고리2호기, 이듬해인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고리5호기가 설계수명을 다해 차례로 문을 닫는다.
신고리 5·6호기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시키는 대신, 수명이 다해가는 노후 원전의 가동 중단을 앞당길 경우 정부가 원하는 원전 정책과 원전 기술 지원 모두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