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부각된 새로운 통합 기류는 바른정당 내 자강파 대표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 내 개혁세력까지 포함하는 '중도 개혁보수 통합론'으로 확장시키면서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 의원은 19일 CBS 노컷뉴스 통화에서 "개혁보수의 길 위에서 뜻을 같이하는 바른정당, 한국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뭉치는 것이 진정한 보수통합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 논의를 한다면 (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에 자극제가 될 것이란 얘기"라고 밝혔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국당 내 개혁세력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방식의 '중도 개혁보수 통합론'을 새롭게 제시한 셈이다.
다만 유 의원은 그동안 줄곧 국민의당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박지원 의원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에도 그는 "햇볕정책과 지역주의 문제는 (통합과정에서) 선행 합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안보관과 관련된 국민의당 내 '교통정리'와 지역주의 탈피를 통합의 조건으로 내세운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바른정당 내 자강파들은 일단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11월13일 전당대회 전 빠른 통합 가능성은 낮으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뒤 바른정당이 중심을 잡고 '중도 개혁보수 통합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일단 국정감사 이후 국민의당과의 정책 연대로 시작해 전대 후 지방선거 연대로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당은 보다 적극적이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지지율 2위 정당으로 올라선다는 내부 '비밀 여론조사'마저 언론에 공개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의원 모임을 주도하는 바른정당 정운천 최고위원과 추석 전 만난 데 이어 지난 주말엔 주호영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만났으며, 유 의원에게도 회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에 안 대표와 만났다"며 "당내 사정에 대한 얘기와 한국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통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좀 있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안 대표와 만나 앞으로 우리가 중간지대에서 중도, 실용, 민생에 대한 열망을 하나로 모아 가보자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18일 직접 주 원내대표를 찾아 통합과 관련된 당내 논의를 진행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주 원내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국민의당이 통합에 속도를 내는 건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간 '보수통합'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홍 대표도 보수통합을 위한 작업을 더욱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당장 20일 직접 윤리위원회를 소집했으며, 여기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이 한꺼번에 추진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출당 과정 조차도 친박계의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는 것으로 미뤄볼 때, 윤리위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최고위 논의과정서부터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공개 성명으로 "윤리위가 지도부 각본대로 결정한다면 모든 걸 잃어버린 전직 대통령을 또 다시 짓뭉개는 무자비한 당 지도부의 홍위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대표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인사는 "보수 통합을 밀어붙이다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 통합의 빌미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통합은 시너지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바른' 접촉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新 통합 기류에 바른정당 보수통합파 '주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 통합파의 움직임은 주춤한 상태다. 10월 말까지 박 전 대통령 출당 등 한국당의 조치를 지켜보면서 세를 불려 전대 전 한국당행(行)을 택할 계획이었지만 새로운 통합기류가 형성되면서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을 모으기가 더욱 쉽지 않아진 셈이다.
중립지대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변수가 많아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통합파 세(勢) 모으기에 나섰던 김무성 의원 주변에 모여들었던 동합파 9~10명 중 절반 가량이 '탈당 유보'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합파인 한 의원은 "(국민의당과) 특별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보지 않는다. 양측이 정체성이 달라 통합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파는 보수 대통합이라는 큰 명분 속에서 자유한국당의 혁신 조치가 잘 마련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그렇게 되면 바른정당 다수 의원들이 통합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