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공문, 눈엣가시인 주제들 검열하겠다는 것"

5.18항쟁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파악한다? "수업권 침해, 정치적 압박"

- 5.18항쟁, 사드배치, 탈핵..나경원 공문, 의도가 의심스럽다
- 사드 배치 안 된다고 가르치면 학생들이 먼저 문제 제기 할 것
- ‘4.16 교과서’때도 논란됐던 계기 교육
- “역사적 의미 있는 사안 가르쳐..교육부에서도 권장“
- “통계 자료 요청이 일반적인데 수업 자료를 전부 보내라니”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0월 18일 (수)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 정관용>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전국 교육청을 통해서 초중고등학교 수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요구한 자료의 주제들이 흥미롭습니다. 사드 배치, 탈핵, 탈원전, 5. 18 광주민주화운동, 19대 대선 이런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료 제출 요구가 사상 검증이냐 아니면 꼭 필요한 실태 파악이냐 논란인데요. 관련해서 현장 교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태우 회장 안녕하세요.

◆ 김태우>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정확하게 어떤 자료를 요구한 겁니까?

◆ 김태우> 저희가 월요일에 갑작스럽게 저희 모임 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나경원 의원실에서 특별 계기 교육했던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그런 공문을 받았다고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거기 내용을 보니까 조금 당황스러운 내용들이 있더라고요. 5. 18 관련 그다음에 6. 15 남북 공동선언, 사드 배치 관련, 탈핵, 탈원전 관련. 이런 주제 한 6~7개 정도 주제에 해당되는 내용에 대한 계기 교육 수업을 한 자료들을 제출을 해 달라, 이러한 요구를 했다고 이제 연락이 왔었습니다.

◇ 정관용>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모든 교사들한테. 맞습니까?

◆ 김태우> 그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주로 교육청에서 해당 사회과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보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역사과 선생님한테 연락을 받았던 건데 아마도 초중고 선생님에게 모두 보내지 않았을까라고 저희가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해당 주제를 보니까 사회과나 역사과에서 해당 주제에 관한 특별 계기 교육을 한 게 있으면 그때 수업자료를 보내라 이거군요. 특별 계기 교육이라는 게 뭡니까?

◆ 김태우> 보통 계기 교육이라는 게 학교 교육 과정에 특정되어 있지 않은 내용들을 기념일이라든가 중요한 교육적 의미가 있는 내용의 경우에 해당되는 시점에 맞춰서 수업을 할 수 있는 형태의 교육을 계기 교육이라고 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4. 16라든가 그다음에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교육 과정상에 있는 내용들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크게 제시되지 않았던. 예를 들면 국치일, 나라를 빼앗겼던 8월 29일, 우리가 광복절은 많이 얘기하지만 8월 29일은 우리가 잘 모르니까 그런 경우에는 특별히 계기 교육이라든가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할 수가 있었죠.

◇ 정관용> 그런데 그런 특별 계기 교육을 한다는 건 그냥 학생들을 교과서에만 묶어 두는 게 아니라 좀 생생한 사회, 역사 의식 같은 것들을 일깨워준다, 민주시민으로 키운다는 의미에서 필요한 것 아닌가요?

◆ 김태우> 원래 계기 교육 자체의 목적이 현재 시사적인 이슈와 교육 내용의 의미들을 연결시켜서 이해도를 높이고 또 사회적 관심을 높여서 학생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자질이라든가 그러한 차원에서의 의도로서 하라고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그런 교육이거든요.

한 시도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보낸 나경원 의원실 요구자료 관련 공문. 전국역사교사모임 제공

◇ 정관용> 그리고 만약에 사드 배치, 탈핵, 탈원전, 이런 걸 가지고 계기 교육을 한다면 수업자료가 사드 배치는 안 됩니다, 이건 반대해야 합니다. 또 탈원전으로 반드시 가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집니까, 아니면 양쪽 입장이 같이 만들어집니까?


◆ 김태우> 보통 선생님들은 계기 교육을 하실 경우에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을 같이 학생들에게 제시를 하는 편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가 옳다는 방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겠고 또 설사 그런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거기에 따라서 상당한 거부감을 갖거나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선생님 말이 100% 맞다는 수용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이 아니고 이 학생들도 사회적 변화들이 어떤 것인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그런 학생들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떤 것을 주입하거나 얘기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나경원 의원이 꼭 집어서 7개 내지 8개 주제의 계기 교육 수업 자료를 보내라고 하는 공문을 보시고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 김태우> 저희는 이게 굉장히 좀 의도가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저희가 역사 선생님들은 특히 5. 18 관련과 6. 15 남북공동선언 같은 경우에는 현재 교육과정에 직접적으로 제시가 되어 있습니다. 또 가르치도록 돼 있고. 그런데 이걸 따로 계기 교육을 통해서 자료를 내라는 얘기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검열하겠다는 그런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 정관용> 수업검열.

◆ 김태우> 그래서 선생님들, 교사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정치적인 압박을 주게끔 하기 위한 그런 의도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사들에게.

◇ 정관용> 나경원 의원실의 해명은 이런 겁니다. 계기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자료 요청을 했고 그냥 계기 관련 교육 자료 보내달라고 했는데 교육청에서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니까 몇 가지 주제를 정해달라고 해서 자기들이 주제를 정한 거다 이런 설명은 어떻게 보세요.

◆ 김태우> 글쎄요, 참 저희로서는 굳이 딱 집어서 말하는 주제들이.. 그러니까 나경원 의원이 보았을 때 해당 정당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눈엣가시 같은 그런 주제이지 않았을까. 상당히 기피하고자 하는 주제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것들이 과연 학교에서 얼마만큼 학생들에게 얘기가 되고 있는가를 의도적으로 못하게끔 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 정관용> 하긴 언급해 주신 것 가운데 8월 29일 국치일 관련된 자료를 보내라는 요구는 없군요.

◆ 김태우> 그렇죠.

◇ 정관용> 의도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이거 자료 다 제출하려면 몇 명 정도의 교사가 어느 정도 작업해야 하는 겁니까?

◆ 김태우> 사실 이런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학교나 각 공공기관에 자료요청을 하는 건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보통 그럴 경우에는 통계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어느 정도 학교 행정실무자와 같이 협조를 해서 하는데 어렵지는 않은데요. 일단 이번 경우는 자료를 통째로 보내라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선생님들이 자기에게 있는 자료를 다 찾아야 되고 판단도 해야 되고 이런 부분들을 보면 상당한 부담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 정관용> 사회과, 역사과 교사분들은 대체로 이런 주제 중에 한두 가지는 했겠죠. 그렇죠?

◆ 김태우> 사안에 따라서 또는 필요에 따라서 선생님들이 판단을 하고 교육 과정에 크게 무리가 없으면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니까 선생님들마다 어느 정도는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 정관용> 글쎄요, 전국 학교의 사회과, 역사과 교사분들이 다 좀 피곤해지시겠네요.

◆ 김태우>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김태우>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태우 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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