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감독은 롯데와 준플레이오프(PO)를 승리로 이끈 뒤 "선발 투수들을 상대하는 타자들이 두 바퀴를 돌아 세 번째 타순이면 공이 눈에 익는다"면서 "이때 뭔가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때문에 이 고비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C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발 빠른 투수 교체로 재미를 봤다.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는 선발 제프 맨쉽을 4이닝 만에 바꿨다. 3실점에 투구수 90개이긴 했으나 9-3 리드였다. 그러나 NC는 과감히 맨쉽을 내렸다. SK 타선이 맨쉽을 세 번째로 만나는 시점이었다. 결국 NC는 10-5 승리를 거뒀다.
롯데와 준PO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맨쉽이 4이닝 만에 물러났다. 비자책 2실점, 투구수 83개에 역시 세 번째로 롯데 타선을 상대하는 시점이었다. 5-2 리드였지만 선발 투수 승리 요건은 채워지지 않았다.
반대로 롯데는 마지막 준PO 5차전에서 '마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발 박세웅이 4회까지 무실점 호투했지만 세 번째로 NC 타순이 돌아온 5회가 아쉬웠다. 박세웅이 박민우에 볼넷, 나성범에 안타를 내줘 0-0으로 맞선 무사 1, 2루에 몰렸지만 롯데 벤치는 기다렸다. 재비어 스크럭스에 적시타를 맞고서야 투수를 교체했지만 이미 분위기를 내준 뒤였다.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34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기록 중인 가을의 난공불락이었다. 다만 이날 1-0으로 앞선 3회 2점을 내줬다. 장타 없이 3안타를 맞았는데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타선도 4회 3점을 지원해주며 4-2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세 번째 NC 타순이 돌아온 5회 무너졌다. 니퍼트는 1사에서 1번 김준완에게 볼넷, 나성범에게 안타를 내준 뒤 1루수 송구 실책으로 만루에 몰렸다. 분위기가 묘해진 상황. 두산은 2년 연속 KS 우승을 이끈 팀의 거목 니퍼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니퍼트는 그러나 스크럭스에 만루 홈런을 내주고 고개를 떨궜다. 스크럭스는 경기 후 "5회 만루에서 니퍼트가 슬라이더를 던질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실투였지만 앞서 두 차례의 승부를 통해 니퍼트의 투구가 예상이 가능했고, 그만큼 눈에 공이 익었다는 것이다.
사실 두 팀의 원투펀치를 빼면 큰 경기에서 선발에게 5이닝 이상 많은 이닝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팀의 에이스급 투수라면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바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상대 타순을 3번 이상 만나야 한다. 앞선 두 타석은 경기 초반이라 선발의 구위가 좋아 잘 넘길 확률이 높지만 세 번째 타석은 경기 중반이라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실점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적절한 시기에 불펜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장기 레이스가 아닌 단기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NC는 지금까지처럼 발 빠른 교체로 마운드를 운용할 것이 분명하다. 반면 두산은 '판타스틱4'를 이루는 선발 의존도가 높은 팀. 지난해 KS를 제패한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마의 세 번째 타순' 고비를 어떻게 넘느냐가 중요하다. PO의 성패를 가를 최대 승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