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강제 출당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장 윤리위원회의 소집부터 하루 이틀 미뤄지고 있고, 출당이 가시화될수록 당내 친박계의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당이 강제 출당의 액션을 취할 경우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보복'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책임진다고 했으니 탈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과 별개로 당 차원의 징계 절차에는 착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어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지도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서청원·최경환 등 두 현역 의원에 대해서도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기로 했다는 점 등 때문에 홍 대표가 사실상 징계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홍 대표의 측근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두 의원의 제명을 두고 의원총회 표결까지 거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으니 최고위 차원에서 추인해 우회적으로 두 의원을 압박하자는 속내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홍 대표의 계획이 실제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윤리위부터가 소집됐다가 한 차례 취소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절차의 시작이 당 윤리위원회 소집인 만큼 주 초인 17일 또는 18일로 윤리위 소집이 예정됐었지만, 17일에도 열리지 않았고 18일에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18일로 윤리위 소집이 통보됐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의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의 측근들 또한 "이번 주 안으로는 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 시점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가 오는 23일 미국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주말까진 처리한다는 방침만 세워놨다.
형식적으로나마 윤리위 소집 권한이 있는 윤리위원장 또한 자신이 선제적으로 윤리위를 소집할 수는 없고 당에서 지시가 내려와야 윤리위를 소집할 수 있다며 책임 소재를 홍 대표 측으로 넘겼다.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인적 청산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친박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친박계의 공개적인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적을 강제로 정리하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너무 가혹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는 박 전 대통령 본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탈당 권유든, 제명이든 징계가 강제적으로 진행될 경우 집단 반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이뤄질 때까지 징계를 미루자는 입장"이라며 "홍 대표 방미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겠다는 식의 급한 추진은 당내 분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과 함께 핵심 친박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강행될 경우 홍 대표의 약점을 겨냥한 친박계의 폭로성 기자회견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바른정당의 탈당을 유도하기 위해 '친박 청산'을 추진하는 데 대해 "통합에는 전제조건이 있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통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행동"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홍 대표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