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본인 생각을 육성으로 드러낸 것은 지난 5월 첫 공판이 개시된 이래 최초다.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본인 입으로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기한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영장 발부했다.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추가 구속에 항변했다.
또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 부정청탁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주장했고,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 찍어졌으면 한다"고 정치쟁점화를 시도했다.
이에 맞춰 유영하 변호사도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재판부가 진행할 재판에 관여할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변호인단 전원과 동반 사임했다.
결과적으로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 향후 국선변호인 선임 등 절차를 거쳐 공판이 재개돼야 하지만, 새 변호인이 사건기록을 파악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향후 원활한 공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 지연을 노리는 게 아니냐"(검찰 출신 변호사)는 의문도 나온다. 실제로 이미 지연 전술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증거와 증인에 대해 채택 거부하다 동의하는 갈팡질팡 행태, '발가락 통증' 이유 재판 불출석을 반복했다.
앞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도 지연 전술이 등장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이어진 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무더기 증인신청, 선고기일 연기요청 등 비본질적 사안에 천착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재판부 비난'이란 행보도 지속되는 양상이다. 단 한번도 헌재에 출석하지 않던 박 전 대통령은 대신 우익성향 인터넷언론에 "국정농단 의혹은 뭔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라는 등 장외 선전전을 벌이며 재판부의 권위를 부정했다.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며 헌재를 모독했던 당시 변호인단처럼, 이날 유영하 변호사 역시 "재판에 관여할 당위성을 못 느낀다"거나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느냐"는 등 재판부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