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비에 젖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 개막작 '유리정원'의 신수원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부산영화제도 몇 년 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유리정원'에 죽어가는 고목나무가 나오는데 결국 어떤 나무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숲에서 살아남습니다."
어떤 세력에도 무너지지 않는 영화제의 강한 생명력을 바라는 말이었다. 이야기처럼 부산영화제는 2년 반 동안 정부의 외압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시작은2014년 부산시가 영화제에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지 요청을 하면서부터다.
이를 거절하자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20년 간 영화제를 이끌어 온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검찰에 고발 당했고, 절반에 육박하는 예산 삭감이 이뤄졌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영화인들은 외압에 맞서 들고 일어났다. 지금까지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은 영화인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직접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의 개막식 참석은 '시기상조'였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그들에게 서 시장은 부산영화제를 망가뜨린 외압의 당사자이자 자신의 잘못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철저히 공무원적인 생각으로 저 자리에 참석했을 것 같은데, 얼마 전까지 '다이빙벨' 외압을 부인하다가 그 자리에 나타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그냥 문화예술인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영화제가 무슨 생각으로 서병수 부산시장을 참석하도록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간신히 진정된 영화인들도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계속 이렇게 문제를 청산하지 않고 쌓아 둔다면 영화제에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