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참전유공자 이모씨는 2013년 숨진 뒤 차남의 신청에 따라 경북 영천에 위치한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인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장됐다.
이씨의 장남은 그러나 2016년 4월 "부친이 생전에 선산에 매장되기를 원했다"며 이장 신청을 했다.
호국원은 다른 유족의 이장동의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승인했고, 장남은 이에 소송을 냈다.
"제사주재자인 장님이 유해에 대한 관리·처분 권한을 갖기 때문에 이장신청을 승인해줘야 한다"고 대법원 판례를 들어 주장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이에 대해 장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국립묘지법상 안장된 사람의 배우자는 본인이나 유족의 희망에 따라 합장할 수 있는데, 일단 이장이 이뤄진 뒤에는 망인을 다시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한 단서 조항이 대법원 판단의 주된 이유였다.
대법원은 "한번 이장을 하면 국립묘지에 합장될 수 있는 망인의 배우자 역시 향후에 국립묘지에 합장될 가능성이 없어지게 되고, 다른 유족들이 망인을 계속 국립묘지에 안치시는 데 대한 이해관계에 있다"고 봤다.
이어 "유족들 사이 이장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있어 서로 다른 요구들을 할 경우 국립묘지의 적정한 운영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유족들'로부터 동의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 그들 모두의 동의가 없다면 이장 신청을 거부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국립묘지법이 이장 등의 경우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면서도 그 유족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있지 않은데, 법 시행규칙에는 국립묘지관리소장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유족들의 이장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제사주재자를 이유로 한 장남의 상고 이유에 대해서도 "사법상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망인의 유체·유골 등을 승계할 자를 정하는 법리를 선언한 것으로 사안이 다르다"며 "공법인 국립묘지법에 의한 매장 유골의 관리·수호권을 얻은 국립묘지관소장에 대한 관계에서 곧바로 원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