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판만 '4년'…사법부 '朴 눈치보기' 논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지 4년 만에 파기환송심을 통해 유죄선고를 받았다.

2013년 6월 기소부터 1심과 2심, 대법원,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과 법원은 '정권 눈치보기'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법원…시간끌기‧자기모순‧비아냥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지난 8월 30일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2015년 7월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지 2년 1개월만이다.

특히 처음 파기환송심을 배당받은 김시철 부장판사는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구속 수감 중이던 원 전 원장의 보석을 받아줘 석방시켰다.

게다가 '손자병법'을 인용해 국정원의 댓글부대 운용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탄력적인 용병술'에 비유해 공소유지를 맡았던 박형철 당시 부장검사(현재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가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법정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김 부장판사의 진행에 원 전 원장 변호인마저 "이 정도에서 판단해도 될 것 같다"며 이례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결국 지난 2월 정기인사를 통해 김 부장판사가 같은법원 민사부로 자리를 옮긴 뒤, 재판장이 김대웅 부장판사로 바뀌면서 6개월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원)이 2015년 7월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심을 결정한 것도 정권 눈치보기식 판결이란 의심을 받는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전원합의체가 상고사건을 심리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미룬 채 13대 0 만장일치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는 지적에서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역시 원 전 원장에게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고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받았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검찰, 노골적 수사방해…윤석열의 탄생

박근혜 정권의 검찰 역시 원 전 원장에게 면죄부를 주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수사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왔으나 혼외자 의혹으로 옷을 벗으면서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은 2013년 10월 보고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했다는 이유로 직무에서 배제된 뒤 한직을 떠돌았다. 윤 당시 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그는 같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냐. 내가 사표 낸 다음에 하라"고 수사축소 지시를 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단성한, 김성한, 이복현 검사 등이 지방으로 인사발령을 받으면서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됐다.

반대로 조 전 지검장에 이어 수사팀을 지휘했던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2015년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원 전 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외압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은 국무총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했다.

검찰은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들은 뒤늦게 기소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또다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또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에 대한 '셀프감금' 혐의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이들은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역시 댓글부대 사건 재판의 핵심 증거인 원 전 원장의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 등의 내용을 대거 삭제했고, 직원들은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면서 진실을 숨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법원과 검찰, 국정원은 조직적으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부역자'를 역할을 자처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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